올 초 조지 J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은 지금까지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해 온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명제였다. 북한은 즉시 “사실상 선전포고”라며 반발했고 한반도는 불안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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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좋은 벗들>

미국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 데이빗 스타인버그는 IHT(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분) 칼럼을 통해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키기로 한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준수해 왔다. 미사일 실험도 중단됐다. 적어도 1987년 이후엔 테러를 자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부시는 그동안 북미협상에서 이뤄진 성과를 없던 것으로 만들었고 다시 한번 많은 한국인들에게 미국이 ‘통일의 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100대의 F15 전투기 구입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요청할 방침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면서 국내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위협적 발언이 무기수출에 용이하도록 정세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수출을 중단한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4조가 넘는 전투기 판매에 직접 나선다는 것이 우리로서 달가울 리 없다.

김종섭 전북민중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5일자 <평화와 인권>지를 통해 “살상무기 최대 생산국과 전쟁의 함수는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라며 “이것(미국의 군수사업)이 현재 인류가 처한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난했다.

“전투기 구입을 비롯해 10조가 넘는 예산이 전력증강사업에 투입되고 있지만 전력증강의 필요성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이 그냥 속속 진행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욱식 한반도평화를위한 시민네트워크 대표는 그 방법으로 “무엇보다 부시가 방한할 때 최소한 ‘전쟁만은 안된다’는 한국인들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4천원) 값이 북한아이 한 명을 한달 동안 먹일 수 있는 분유 값입니다. 4조원이면… 계산이 안 되는군요. 굶고 있는 모든 아이들을 먹이고도 남겠습니다.”

평화통일을위한남북나눔운동의 임용석 목사는 “북한동포를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제휴”라고 주장한다. “4조원씩 들여 전투기를 바꾸는 것은 북한을 자극해 우리의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할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는 “불평등과 가난의 치유보다 ‘무기 구매’가 더 시급한 이유가 확인되지 않는 한 차세대 전투기 구매사업 계획은 중지되어야 한다”며 군비증강 움직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4조3천억원의 상상’

결식아동 전체 1만1,174년 먹일 수 있어

전체 공무원 45만여명 1년 인건비의 1/3

우리나라 실업대책 예산총액의 2배

20만5천명에 대학 무상교육 기회 제공

육아휴직 예산은 4조의 0.5%도 채 안돼

WAW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투기 도입에 예정되어 있는 4조3천억원의 예산은 2000년도 우리 나라 전체 45만여 공무원의 1년 인건비의 1/3에 달하며, 2001년도 우리 나라 실업대책 예산 총액의 거의 2배에 가까우며, 2001년도 우리 나라 전체 교육비의 1/6에 달한다.

WAW는 회원들과 네티즌들에게 ‘4조3천억 원의 상상’을 펼치자고 제안, “4조3천억 원이라는 예산이 무기 대신 생명의 자원으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홈페이지(www.kwaw.org)와 개인 이메일을 통해 성명서에 각자의 의견을 덧붙여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4조3천억이라니… 계산기에도 찍히지 않는 수다. 결식아동 수를 교육부 통계 16만 2천명으로 잡았을 때 1천234만5천679끼를 먹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굶는 아이들 전체를 1만1,174년 동안 먹일 수 있는 돈이다.” (부스러기선교회 허인영 부장)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6세 미만 아동 한 명에게 하루 할당되는 돈이 541원입니다. 한부모 가족들이 겪는 ‘가난’은 정말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외국과 같은 정서적 지원은 아직 꿈도 못 꾸지요. 이런 가정들에게 분유 값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국민 혈세로 전투기 구입하는 데 4조를 들인다니 웬 말입니까.” (군포여성민우회 실무자 박수진씨)

“등록금 때문에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부모님들 걱정이 태산인데, 대학 4년 등록금을 2천만 원으로 계산한다면 20만5천명의 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군요.” (대학생 주해연씨)

“10만원이냐 20만원이냐 말도 많았던 육아휴직 예산이 150억이라는데, 4조의 0.5%도 안 되네요.” (직장인 김은희씨)

WAW와 함께 쓰는 성명서의 ‘4조3천억원의 상상’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30만 치매환자들을 무상으로 돌볼 수 있다.” “골머리 썩는 보육문제 그냥 해결돼 버리네요.” “실업예산이 2조9천억이라는데 실업문제 없는 나라 만들 수 있겠습니다.”…

WAW는 이렇게 모아진 성명 내용을 정부와, 국회, 미국정부와 의회, 유엔과 엠네스티 등 국제기구, 그리고 외국 평화단체 등에 전달해 한국인들의 ‘전쟁반대 의지’와 ‘평화에 대한 갈망’을 보여줄 예정이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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