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30%는 여성의 몫으로

- 대선 경선 주자 중에서 여성신문 독자와 처음 만나시는 건데 소감이 어떠신지.

“대단히 영광입니다. 오늘을 계기로 한국 여성들과 간접적으로나마 대화를 나누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50년 만의 정권교체에 국민들이 기대를 가졌는데 최근 여당의 모습은 아주 실망스럽습니다. 한 고문님은 김 대통령의 최측근이신데 인사정책에서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직언하지는 않으셨습니까?

“저는 인사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저희들은, 청와대도 안 가고 장관도 안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인사문제가 생기면 대통령께 외부 여론을 전하기도 했어요. 저에게 사람을 추천해 보라 해서 몇 명 추천하기도 했는데 제가 추천한 사람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 사람도 쓰지 않더군요.”(웃음)

- 내각제를 찬성하신다고 했는데 한국 정당 구조 속에서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언젠가 기자들과 방담하다가 내각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5년 단임제에서는 대통령은 문제가 발생하면 죄송하다고 말하는 선에서 끝나고 맙니다. 그러나 내각제는 총리가 책임을 지죠. 그러다 보면 자꾸 사람이 바뀌게 되어 혼란이 온다는 말도 하는데 저는 부패 안하기 경쟁을 하는 플러스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책임정치가 되거든요. 또 우리 국민이나 공무원들이 내각제를 수용할 만큼 성숙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내각제니 대통령 중임제니 하는 것은 개인 의견일 뿐입니다. 헌법을 바꾸려면 국민의 이해와 정당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남녀간 차별 철폐 반드시 해결해야

- 여성계 현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무엇보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남녀간 차별을 철폐하는 것입니다. 또 여성에게 중요한 것이 육아문제인데요, 영유아의 보육문제는 여성의 능력개발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직장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내가 25년간 중학교 미술교사를 했는데 과거 경험을 통해 보더라도 직장 여성들의 육아 문제, 탁아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여성정책이 있습니까.

“직장 내 여성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중 여성 진출률을 보면 26% 정도인데 대부분 하위직에 머물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여성 각료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하는데, 남성들이 남성 쿼터제를 주장한다고 하죠? 정말 별천지같은 얘기입니다만, 저는 정부 각료의 30% 규모로 여성할당제를 실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정치, 공직 및 정책결정과정에서 여성대표성의 확대가 수치상으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 여성계에서 지역구 여성공천 30% 할당제를 요구하는 정치관계법 청원을 냈습니다.

“저는 적극 찬성합니다. 제가 전라남도 도지부장 할 때 여성에게 66% 비례대표를 할당했어요. 3명 중 2명이 여성이었습니다. 제가 66%를 실천한 사람인데요, 더 이상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 선거 캠프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에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여성이 있나요?

“선거캠프에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여성은 없습니다. 참, 제 비서관이 수원 지역의 위

원장이 됐는데 비서관 5급 자리가 비어요. 주변에 능력있는 여성이 있다면 한 사람 추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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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위주 나이제한 없애야 한다

- 한 고문님께서는 호주제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호주제 자체를 폐해라고 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저는 12남매의 장남으로 제가 호주입니다. 호적등본도 상당히 길고 모시고 있으려고 해도 무거워요.(웃음) 허나 형제간이 몇이고 자식들은 누구이고 하는 등 족보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자료의 역할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남아선호 사상을 조장하고, 평등한 가족문화를 저해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호주제 자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차원에서 기존 호적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호주제 폐지가 결코 기존 가족제도의 폐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 (호주제 폐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유럽같은 경우 미혼모를 위한 사회적인 지원이 있어 미혼여성의 낙태율이 낮은데요, 우리도 미혼모를 위한 사회적 지원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회보장 차원에서 거론해봐야 할 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톨릭신자이긴 하지만 낙태를 죄악시하는 우리 풍속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낙태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 성매매 근절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성매매 그것이 참 근절되기 힘듭니다. 성폭력과 성매매를 처벌하기 위한 법들이 있으나 아직도 현실적으로 진정한 여성 인권의 보장이란 차원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따라서 법적 제도적으로 계속해서 보완하고 개정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의 경우 합법화하기도 했습니다만, 각자가 그런 데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하고 사회적으로도 단속해야 하겠죠.”

- 고학력여성의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저는 졸업 1년을 앞두고 있는데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독일에서는 교육받는 수당을 많이 줘서 교육받을 때부터 취업한 것처럼 월급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런 직업 교육 차원에서 독일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체 청년실업 중 미미한 숫자이기는 하지만 5천명 정도를 해외로 내보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할 듯합니다. 물론 정부에서 돈을 대는 것이죠. 일종의 CEO 양성이 될 겁니다. 정부와 기업에서 인턴사원제도를 도입해서 그 인턴과정이 바로 경력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되리라고 봅니다.”

- 재취업을 하고자 하는 30·40대 여성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파트타임을 모집했는데, 만 30세로 한정하더군요.

“우리 사회가 미혼 위주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그런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외국 비행기를 타면 나이든 스튜디어스를 많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나이 제한을 철폐해야 합니다.

저는 정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대국민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공무원이 앉아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 다니면서 일하는 것이죠. 그것이 대국민 서비스 향상이 되는 것이죠.”

25년간 아내가 뒷바라지

- 정치인의 아내들이 보통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부인께서도 25년간 미술교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여성들 사이에서 정치인을 ‘등처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의미에서 등처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 집안 일은 거의 하지 않으시나요.

“요즘은 못합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출옥한 것이 81년 8월 15인데 김대중 대통령께서 미국으로 망명 가신 때여서 시간이 많았어요. 그때 아내가 학교에 가면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저녁밥도 해놨던 적이 있습니다. 아내가 참 좋아하더군요. 또 감옥에 있을 때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니까 감방 안에서 걸레질을 많이 했어요. 그게 운동이 되니까요. 출옥 후 집에 돌아와 가만 생각해 보니 감방에서 운동삼아 걸레질도 했는데 가족을 위해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했지요. 내 가족을 위해서 한 것이었으니 기분도 좋아지고요.”(웃음)

- 아들만 두 분이던데 며느리가 아이들을 키워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들 둘이 모두 결혼을 했는데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만약 키워달라고 하면 키워줘야지요.”

- 누가 키우나요?

“할머니가 키워야죠.”

- 할아버지는 뭐하시는데요?

“아, 저야 밖의 일을 하니까... 손자 손녀를 둔 사람들은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는군요. 전 아직 실감을 못하지만요.”

육아문제를 여성의 일, 가정의 일로만 인식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보육문제를 국가적인 사안으로 풀어나가려는 인식이 부족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여성계에선 여성기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한 고문님께서는 얼마나 내셨는지 밝혀주실 수 있습니까?

“아직 내지 못했습니다. 많이 내고 싶지만 정치를 하다보니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세간의 의혹이 있어서요.(웃음) 오늘 이 자리에서 여성기금을 정기적으로 내는 걸 약속하겠습니다.”

<정리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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