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볼만한 비디오 4편

유난히 피붙이를 따지는 우리 사회지만, 살다보면 친가족보다 더 의지가 되는 이들이 있다. 여기 소개하는 네 편의 비디오에는 남남으로 만나 일상을 같이 하면서 때로는 고단한 여행길을 함께 하면서 마음을 열고 깊은 신뢰와 우정을 나누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모처럼 비디오에 흠뻑 빠져보자.

스모크

감독:웨인 왕 / 주연:윌리엄 허트, 하비 카이텔, 포레스트 휘메이커 / 제작년도:1995년 / 제작국가:미국 / 상영시간: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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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클린 3번가 모통이에 위치한 담배가게. 14년간 이곳에서 담배를 팔아온 오기와 소설가인 그의 단골손님 폴을 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진 허풍쟁이 소년 라시드, 음주운전으로 아내를 죽인 후 평생 그 죄책감에 쫓겨다니는 라시드의 생부 사일런스, 18년만에 옛 애인을 찾아와 애원을 하는 외눈 여인 루비… 이들은 폴과 오기를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뒤엉켜 각자의 혹은 서로의 삶을 엮어나간다.

퍼즐의 한 부분을 조각조각 맞춰가듯이 이들의 이야기는 전개되며, 이렇듯 각각의 귀퉁이를 맞춰 나가다 보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바로 인생이다.

중앙역

감독:월터 살레스 / 주연:페르단나 몬테네그로, 비니시어스 데 올리베리라 / 제작연도:1998년 / 제작국가:브라질 / 상영시간:110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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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교사였던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앙역에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대신해 편지를 써주는 것으로 살아간다.

어느날 도라는 아나라는 여인을 대신해 남편에게 편지를 써주는데, 아나가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얼떨결에 고아가 된 아나의 아들 조슈에를 떠맡는다.

도라는 조슈에를 입양기관에 팔아버리지만 그 단체가 인신매매단임을 알고 조슈에를 구해낸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를 찾아 멀고먼 여행을 떠난다.

브라질의 국민배우 페르단나 몬테네그로의 깊이있는 연기와 감독에게 햄버거 살 돈을 구걸하다가 캐스팅되었다는 구두닦이 소년 비니시어스 데 올레베리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변 검

감독:오천명 / 주연:주욱(변검왕), 주임영(구와) /

제작년도:1998년 / 제작국가:중국 / 상영시간: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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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 할 사이에 바뀌는 신기한 중국 전통 가면술-변검. 그 변검의 맥을 홀로 이어가는 변검왕은 변검의 대를 이을 후계자를 찾기 위해 아이를 파는 시장에 갔다가 구와라는 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사실 여자아이인 구와는 변검왕에게 쫓겨나지 않기 위해 남자아이인 양 행동하고 이를 모르는 변검왕은 구와를 극진하게 보살핀다. 그러나 우연히 구와가 여자아이라는 걸 알게 된 변검왕은 실망하여 구와를 매몰차게 내쫓고, 갈곳 없는 구와는 정성스럽게 변검왕의 뒤를 쫓아다닌다.

실제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곡마단에 팔려갔다가 이 영화에 캐스팅된 구와역의 주임영이 하는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베트의 만찬

감독:가브리엘 엑셀 / 출연:비비 안데르센, 스테판 오드란 /

제작년도:1996년 / 제작국가:덴마크 / 상영시간: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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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마티나와 필리파 자매는 목사인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신앙과 봉사를 위해 살고자 한다. 금욕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은 먹는 문제에 있어서도 간이 잘 맞춰진 음식을 먹으면 인간의 욕망이 만족된다는 생각으로 밍밍한 음식만을 먹는다.

이들에게 어느날 프랑스 혁명으로 가족을 잃고 위험에 처한 바베트가 찾아오고, 그녀는 자청하여 두 자매의 하녀가 된다. 파리의 유명한 레스토랑의 수석 요리사 출신인 바베트는 최고급 재료로 최선을 다해 만든 요리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복권에 당첨되어 받은 1만프랑으로 두 자매와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만찬을 준비한다. 그의 만찬에 등장하는 요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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