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생들 ‘성폭력 반대’ 서명운동 추진

장학금 지원제한 등 불이익 감수 용기있게 나서

지금 프랑스에서는 박사과정 학생 주도로 대학생, 교수, 연구자 사이에서 성폭력 반대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프랑스 대학은 만연되어 있는 교수와 학생간의 성폭력을 은폐하면서, 폭로하길 주저해 왔다. 실제로 대학내 성폭력 사건은 관련 단체들에 고발·등록되거나 법원 소송에 부쳐진 적도 없다. 그래서 마치 대학이 성폭력에 노출되지 않은 유일한 성소로 간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학의 위선에 맞서 사회과학 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끌라슈’ 즉,‘고등 교육 내 여성차별 반대 및 성폭력 반대 투쟁 단체’를 결성했다.

이 단체는 현행 성폭력 법안을 인지시킴과 동시에 대학내 성폭력 논의의 물꼬를 트고, 성에 대한 권력남용이 대학 내에 만연해 있음을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성폭력 문제를 종종 무시해 온 기존 위원회들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주려 한다.

이러한 목적 아래 이들은 대학내 성폭력 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교수 추천이나 공동 추천으로 직장을 구할 수밖에 없는 박사과정 학생들의 입장에서 뿌리깊은 금기인 교수의 학생 성폭력 문제를 여론화시키는 것은 취업의 길을 막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그 학생들의 용기에 많은 교수들과 연구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며칠 사이 서명 참가자의 수는 수백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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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명에 동참한 사회학자 쟈닌 모쉬즈 라보는 “침묵을 깬 학생들이 정말 용기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사건만 해도 3건이나 되는데, 다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며 학생들의 서명운동을 적극 지지했다. 한 서명자는 지도교수에 대한 환멸로 논문을 중도 포기하려는 여학생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자신의 무능을 고백하기도 했다.

프랑스 법안이 수직적·의존적인 교수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 대학내 성폭력을 바라보는 만큼, 성폭력은 권력 관계를 이용해 성을 대가로 좋은 성적, 승진, 추천서, 출판, 장학금 등을 제안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또 그 제안을 거부할 경우, 연구팀에서 배제시키고, 공부를 지속할 수 없게 하며, 장학금 지원을 제한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행위 역시 성폭력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성폭력적 태도가 의미하는 바는 성적 발언, 성적 질문과 고백,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 신체 접촉, 성폭행, 강간(모든 형태의 삽입)이다.

한편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들이고, 그들은 성폭력 처벌법안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1992년이래 프랑스 형법은 자신의 지위가 제공하는 권위를 악용해 타인의 성적 서비스를 획득하기 위해 명령·위협·강제·억압을 가하는 자는 10만 프랑(약 1800만원) 벌금형과 금고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성폭력 당한 사실을 공개할 때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에게 심리상담을 받도록 조언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가해자들은 동료의 묵과 아래 처벌받지 않고, 여성 피해자들은 성공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기며 감수하거나 분란을 만드는 사람으로 주위에 인식될까 두려워 참는다.

희생자가 사실을 말할 경우 그는 고립되어 많은 고통을 안게 된다. 수치심, 공포감, 학업 중도포기, 동료들부터의 나쁜 평판, 복수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질병, 우울증, 자기 존중감과 신뢰 상실 등이 그것이다.

몇몇 대학들은 교수와 학생의 성관계를 금지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급진적 해결책은 미국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으며, 대학들은 오히려 교수와 사적 관계가 있는 여학생을 그가 지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적인 규칙을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끌라슈’는 탄원서를 통해 성폭력 처벌법안을 포함한 성폭력 관련 정보를 배포하고, 반 성폭력 규약을 제정하며 여학생 대표자를 포함하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길 요구한다. 이번에 서명된 탄원서는 교육부, 수상, 여성인권 서비스에 제출될 것이다.

<참고>‘끌라슈’인터넷 사이트(http://clasches.mutimania.com),

리베라시옹 1월 28일자 기사

황보신 프랑스 통신원/몽펠리에 3대학 철학 박사 과정gshinlee@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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