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으려 하다니”

지난 달 30일 철원 고석정랜드 임꺽정 광장에서는 철원군 여성들을 비롯한 포천, 연천, 철원 군민 3천여명이 모여 한탄강댐 반대 시위를 가졌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김옥순 철원군여협회장은 “우리가 지난 ‘통일기원여성 축제’를 준비할 때 많은 어려움을 참고 행사를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원을 통일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한다는 사명이 있어서다. 그런데 댐을 세워 우리 철원을 매몰지대로 만들려는 처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만약 한탄강이 흐르지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 철원은 죽어가게 될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철원은 50여년 분단의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온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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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연천, 철원군 주민들이 한탄강댐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간인보다는 군인이 먼저 보호 받는 시대적 아픔을 간직한 곳이며, 집 한 채, 축사 한 동을 지으려 해도 군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하는 곳이다.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땅 한 평이라도 더 일구어 논을 만들려다 지뢰에 목숨을 잃은 농민들도 부지기수다. 지금도 철원은 지뢰밭을 사이에 두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또한 민통선 지역인 월정역은 기차를 타고 금강산을 지나 중국 땅까지도 갈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한탄강댐 사업은 자갈밭을 옥토로 바꾸며 비무장지대를 지킨 철원군민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아 가려는 비인도적인 발상이라는 게 철원군민들의 생각이다.

철원군농민회 정책실장은 “철원 오대쌀이 명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맑은 물 때문이다. 무려 3개 군에 걸쳐 흐르는 한탄강을 막아버리면 강물은 오염되고 만다. 한탄강 물이 깨끗한 이유는 거센 급류로 인한 자연정화 작용 때문이다”라며 “그렇지 않아도 수입농산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처지에 오대쌀에 피해를 주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철원 임영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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