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 여성부장관으로서 1년을 평가해 보신다면.

“사실 여성부 일이 참 힘듭니다. 집행업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각 부처와 조정만 하기 때문에 뚜렷하게 발표할 일은 없습니다. 모성보호관련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국회에 있을 때 내가 준비했고 여성부 장관이 된 이후에도 여기 저기 설득해 결국 통과된 것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모성보호관련 업무는 노동부 일 아닙니까. 그래서 기자들이 인터뷰 요청을 할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정부 부처장으로서 여성단체 대표 일을 하실 때와 다른 점은.

“취임 이후 더 심각하게 느낀 것이지만 여성문제라는 과제를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제도나 관행, 의식, 문화를 고려하여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죠. 여성부가 출범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도 컸던 반면 반발심리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 남성들의 반발을 설득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성부 인원이나 예산이 취약한 가운데 전 직원이 협력하여 걸어왔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출범이었다고 봅니다. 아니 뛰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모성보호 관련법안 통과에

여성부 주도적 역할 자부심

- 여성부가 그동안 해온 사업 중 가장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일단 전사회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매우 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여성도 사회의 한 주인으로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나 분위기는 많이 고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모성보호관련법을 통과시키는 데 여성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일하는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는 큰 혜택을 헌정 50여년 만에 이룩해 낸 것이죠. 또 폐교 위기에 몰렸던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여성계의 힘을 모아 살렸던 점, 여성주간에 한민족여성네트워크를 출범시켜 국내 여성들뿐만 아니라 해외동포여성들의 위상을 부각시키고 그들의 권리 찾기에도 관심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 모성보호관련법이 시행 석 달을 맞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현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모성의 권리는 법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모성보호라는 측면이 일반인들에게는 여성 개인의 일로만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 측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여성인력이 일정기간 자리를 비운다는 측면만 부각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여성의 권리와 사기가 높아져야 생산성이 향상돼 기업이 잘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작년에 육아휴직 신청자가 남성 두 명을 포함해 모두 42명에 그친 것으로 압니다. 시행 초기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앞으로 노동부와 협력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홍보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 나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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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통과되지 못하고 올해로 넘어온 여성관련 법안들이 많이 있는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여성관련 법률에는 여성특위를 상임위로 하는 국회법, 남녀차별금지법, 여성정책조정회의 설치와 여성정책책임관제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 등이 있습니다. 올해 통과를 목표로 여성부가 다시 한번 힘을 써야지요. 특히 동성동본금혼조항 삭제와 친양자제 도입 등을 담은 민법개정안 통과를 위해서 올 한해 계획을 잘 세울 계획입니다.”

- 남녀차별금지법 개정안에 시정명령권 도입 부분이 빠져 알맹이 없는 개정안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었지요.

“남녀차별금지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시정명령권 도입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업무 중복이나 형평성 문제가 많이 대두되면서 사실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좌절된 것이지요. 그렇지만 단계적으로 그러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작년 국감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여성부가 너무 여성단체와 비슷한 행사를 남발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여성부의 소관 법률을 홍보하는 방법적 측면에서 보면 중복을 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중앙정부 위주의 공공사업 추진보다는 여성단체 협력사업 등 민간을 활용해 남녀평등의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 올해 주요 업무로 성매매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셨는데 지난 해 여성계가 입법청원한 성매매방지법 제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요.

“물론 법이 제정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지요. 여성부가 이번에 발표한 것은 성매매의 예방, 처벌, 보호 및 재활을 위한 종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법무부, 노동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범정부 차원에서 성매매방지 합동작업팀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정상적으로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활사업을 벌이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그동안 여성부의 성과가 너무 수치 늘리기에 집중해 질적인 성과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여성들이 양적으로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지 평가와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성들의 양적 확대도 중요

앞으론 근무환경 평가에 역점

- 아쉬운 점도 많으셨지요.

“호주제 폐지 문제가 가장 아쉽죠. 사실 중앙행정부처가 해결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벽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국민의식에 기반하는 수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요. 다행히 얼마전 호주제 폐지 국민의식조사를 보니 1년 전보다 폐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한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점에 고무돼 앞으로 여성계와 협력해 호주제 폐지 사업에도 역점을 두어야지요.”

- 보육정책을 공보육화 하겠다고 발표하신 이후 여성부로의 이관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현행 보육정책이나 관련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한 새로운 국가보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치는 중입니다. 거기까지가 전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여성인력 활용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보육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 올해는 여성부를 어떻게 꾸려 나가실 계획입니까.

“우선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해야겠지요. 이미 디지털 여성부를 표방했지만 여성정보화 사업도 큰 사업 중 하나입니다. 그 중 가장 중점사업은 사이버 여성 IT전문교육을 실시해 100% 취업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정폭력근절 종합대책 강화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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