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한국민족음악인협회 조직홍보팀장

지난 주말 소위 ‘와라나고’라고 불리며 아트선재센터에서 장기상영에 들어간 영화중 한편인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았다.

수많은 영화평론가들이 지적했듯 영화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 때론 힘겹게 때론 경쾌하게 스무살을 넘기는 다섯 여자아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눈부신 것이었는지. 그동안의 입소문 탓이었는지 객석 역시 빈틈이 거의 없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마음은 결코 편안할 수 없었다.

잘라 말해 우리 대중음악계의 현실 때문이었다. 영화는 그래도 이렇게 팬들과 영화사까지 나서서 재상영에 재재상영까지 들어가는데 우리 대중음악 그 중에서도 민중음악과 인디음악같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과연 어떤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민중가요 노래패의 음반이 채 만장이 팔리지 않고, 잘 나가는 한두 팀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의 한달 수입이 채 50만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억지스런 비교이겠지만 그래도 와라나고 같은 영화는 아마 각기 3만 명쯤은 보았으리라. 그러나 언더그라운드 음반은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만장을 넘기기가 힘들다.

음악인들끼리 자조적으로 하는 말처럼 출시 후 3개월쯤 뒤면 ‘희귀음반’ 혹은 ‘저주받은 걸작’이 되어버리는 음반들. 어차피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 세상을 바꾸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지만 언제까지 그들에게 치열한 예술가 정신만을 강요할 수 있을까?

변변한 대중음악전용 공연장 하나 없고 제대로 된 비주류 음악전문 방송프로그램 하나 없는 나라에서 여전히 문화상품의 부가가치를 말하는 정부의 정책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모른다. 영국과 미국, 일본의 대중음악이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비주류 음악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좋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국민들이라도 나서야 한다. 검찰도, 언론도, 환경도 개혁하자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대안언론을 만드는 판에, 영화계에서까지 ‘와라나고 보기 운동’이 벌어지는 판에, 음악이라고 대안을 찾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배 쫄쫄 굶으면서도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혹은 좋은 음

악 만들겠다고 아둥바둥 대는 대중음악인들이 만들어낸 진짜 음악이 많이 널려있다.

대중음악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음반을 찾아서, 사서 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연

장으로 직접 가야 한다. 참여하지 않고 달라지는 것이 있던가? 좋은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우리 농산물을 먹기 위해 애써 유기농산물을 찾는 우리들이 좋은 음악을 찾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구별도 못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중학생 연애편지 수준의 노래들이 사회를 뒤덮고 있는 한 검찰이 바뀌고 언론이 환경이 아무리 달라져도 말짱 도루묵이다.

우리가 애써 와라나고를 보려 하는 것은 조폭영화에 난자당한 시대정신을 찾으려는 일인 것처럼 대중음악의 와라나고 운동으로 되살려지는 것은 몇몇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참된 문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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