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유업무 개발에 치중해야

출범 1주년을 맞은 여성부는 요즘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여성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질 높은 보육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법 규정과 세부지침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한 이후 곳곳에서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부 장관도 보육정책과 관련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으며 실무자들은 “협의중”이라는 답변만 들려주고 있다.

더구나 모 신문이 사설을 통해 보육문제를 여성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여성연합이 보육의 여성부 이관을 올해 주력 사업으로 공식 발표하자, 여성부가 복지부의 업무를 뺏으려 한다는 항간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눈치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 여성계 인사는 여성부가 가족, 보육정책을 끌어오려는 노력은 인정하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보육문제가 이제는 여성만을 위한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여성부로의 이관은 당연하지만 개각 시점과도 맞물려 있는 데다 예산책정 면에서도 여성부보다는 복지부가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맞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공직사회 성희롱 예방대책 수립을 첫 업무로 지난해 1월 29일 출범한 여성부의 가장 큰 딜레마는 뚜렷한 집행업무 없이 조정 기능만 수행한다는 점이다. 모성보호관련법, 가정폭력 처벌, 호주제 폐지, 여성인력활용 등이 모두 노동부, 행정자치부, 법무부, 교육인적자원부가 주무 부처이며 이와 관련된 행사나 캠페인은 이미 여성단체에서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여왔던 터라 여성부는 자칫 사업을 벌여놓고도 항상 뒤따라가기를 면치 못하는 모습으로 비치게 된 것이다.

결국 “행사 위주의 선언적 사업에 머문다, 여성단체가 하는 일을 여성부에서 중복할 필요가 있느냐” 라는 지적을 계속 들어야 했다. 또한 모 정부부처 여성정책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여성부가 한마디 협의없이 벌인 일을 뒷수습하기 바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성계가 1년을 맞은 여성부에게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장기적인 여성부의 위상 확립을 위한 고유업무 영역 개발이다.

일례로 유엔차별철폐조약의 유보조항 중 하나인 호주제 폐지 문제는 앞으로 여성부가 강성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중론이다. 이미 호주제 폐지 문제로 정부는 압박을 받을 만큼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이상 나왔다는 여성부의 조사 발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젠 대안을 홍보하고 밀어붙이는 차원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성계는 일단 지난 1년 동안 여성부를 알리기 위한 홍보작업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여성부는 당장 내년부터 5년 동안 시행될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 수립 및 예산 확보, 여성발전기금의 기금풀 운용 및 민간 차원에서의 일부 기금 조달 등 굵직한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부처와 차별화된 여성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이들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여성부의 기틀을 다지는 밑그림이 달라질 것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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