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자기표현욕구 폭발하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문학동네 소

설상, 한겨레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여성작가들이 최근 몇년간 거머쥔 문학상의 목록이다. 을 여성작가

들이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여작가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여성작가들은 30대 작가군을 필두로 문학상을 비롯한 베스트셀러 등

서점가를 강타하며 문단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95년을 전후해서다. 공지영,

신경숙, 김형경, 양귀자, 은희경, 최영미 등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하며 고정독자를 확보한 작가만도 다섯손가락을 쥐었다

펴야 한다. 이밖에도 전혜성, 송경아, 배수아, 조경란 등 후발주자의

선전도 여성작가의 문단 주도에 톡톡히 한몫 하고 있다.

이같은 여성작가의 독주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문학평론가 김양선씨는 내재되고 축적돼왔던 여성들의 자기표현 욕

구의 외화라고 평가한다. 일부에서 함량미달의 작품을 출판사가 상

업적 목적에서 팔릴만한 여성작가에게 수여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여

성작가들의 활동이 반드시 상업성에 기대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기

존에 폄하되던 모성이나 가정에서의 여성의 삶, 일상들이 일정 수준

의 교육을 받고 자의식을 획득한 여성 작가들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

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거 여성작가의 히트작이 여성들의 맺힌 곳을 풀어주는 기

능으로서였다면 현재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성을 뛰어넘어 보편적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 작가들

의 왕성한 활동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힌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문학상 등이 여성에게만 몰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 혹은 개인의 사소사를 주로 다루며 독자와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자칫 출판시장의 상업적

목적에 휘둘려 변별력을 갖지 못하고 독특한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이상경 교수(과학기술대학)는 그러나 문학상이 공정성

과는 거리가 멀다며, 돈을 벌기 위해 출판사가 팔고 싶은 작가 혹은

잘 팔릴 것이라 판단한 여성들에게 상을 준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린

다. 또 문학의 시대가 가고 영상미디어가 문화강자로 등장한 속에서

여성들의 자의식과 자기표현 욕구는 늘었고, 인맥이나 페트론 없이

단독 플레이가 가능한 분야가 문학, 특히 소설분야기 때문에 여성작

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고 풀이한다.

이같은 현상이 여성에게 새로운 성별분업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또

좀더 성공할 수 있는 여성작가들을 빨리 황폐화시킨다는 점에서 경

계해야 한다고 이상경씨는 주장한다.

소설가 은희경씨는 주위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부분은 여

성작가 자신이 가장 먼저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자, 문제해결

의 열쇠도 쥐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작가는 성실하다. 성실하다는 것은 동시대 수용자들이 앓고

있는 혹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미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풀어나가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문

학의 기능도 바뀌었다. 이제 독자들은 지사적이고 이념을 제시하는

것에서 동시대인의 공감대로서의 기능을 문학에 요구한다. 여성들은

그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적응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

리는 남자들이 먹고 남은 잔치상을 차지하고 ‘우리들만의 파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작가들도 분명 우리와 같은 시기를 거

쳐 성숙하고 스케일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여성작

가들의 성장은 진행되고 있고, 최종분석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여성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그런 평가

들은 더 잘해나가기를 바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해된다. 어느

한쪽에 편향된 문화 독식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간 남성들이 독점

하고 획일적인 눈으로 바라보기를 종용한 모든 문화전반에 부분적이

나마 소수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감춰진 것들을 복원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이들이 문단의 소모

품으로 전락하며 잠깐의 스포트라이트에 안주하지 않고 소재와 주

제, 문제의식, 넓은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문학의 시대는 갔다고 하는 악조건을 기회삼아 영상미디어에 기본서

사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문은 열려있다.

〈최이 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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