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 견인당한 한 교사의 항변

충주서 5살난 아이를 차와 함께 견인당한 어머니가 시청과 견인업체에 사과를 요구했으나 그 과정에서 제2, 제3의 피해를 겪게 되었다고 호소하고 있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항의하자 오히려 “돈 내놓으라” 큰소리

두 아이의 엄마인 오씨는 지난 8월 30일 충주시 성내동에 있는 한 병원에 들렀다가 ‘병원공포증’이 있는 작은아이(5살)를 차에 두고 접수를 마친 후 나왔다. 오씨는 현장에 오씨의 차 외에도 중형차 3대가 놓여 있었는데 자신의 차만 없어진 것을 보고 ‘유괴를 당했구나!’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주위 약국에서 견인차가 왔다갔다는 얘길 듣고 견인업체 측에 전화를 건 오씨는 아이를 태운 채 차를 견인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시청 교통과에서는 “차에 선팅이 되어있어 아이가 있는 것을 몰랐다”고 밝히고 있지만 오씨의 주장은 다르다. “짙은 선팅도 아니고 문도 열려 있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나 견인한 직원이 아이를 보지 못했다는 건 납득이 안 간다”는 것이 오씨의 얘기다.

오씨가 아이를 발견한 것은 그로부터 약 40분 후. 사냥개 두 마리가 지키고 있는 폐차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아이는 그대로 울다 지쳐 잠이 들어 있었다. 오씨의 진술에 따르면 오씨가 견인업체 측에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할 수 있냐”며 항의하자 견인해 간 기사는 도리어 “애가 울고 있길래 엄마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그랬다”며 견인비를 내놓으라고 큰 소리쳤다.

시 홈페이지에 올린 항의글 곧 삭제

당일 저녁 오씨는 “아이가 탄 차를 견인해 가도록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내용의 항의글을 충주시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2시간이 채 안돼 삭제됐다. 오씨는 “왜 민원을 맘대로 삭제하느냐”며 다시 한 번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충주시 측에선 “홈페이지 운영자는 퇴근한 후이므로 누가 글을 삭제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날 오씨는 시청직원이 남편을 찾아와 10만원을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오씨는 “내가 남편의 부속물인가, 왜 남편에게 찾아왔는가”라고 항의하고 “인명을 유린해놓고 돈으로 무마시키려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박일선 충주음성괴산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시의 행정처리 과정을 보면 남편을 상대로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여성을 비하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오씨는 남편과 자녀들이 불안해 했고 한동안 가족 내 불화를 겪어야 했다고 말한다.

시청 관계자는 “사건 다음날 즉시 담당공무원과 견인업체 사장이 찾아가 사과를 했는데도 민원인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씨는 “견인업체 사장이 근무시간에 학교에 와서 소리 소리를 지르며 폭언을 해 교육의 장을 공포분위기로 몰았다”고 말한다. 시청직원의 방문에 대해서도 “사과를 한답시고 찾아왔지만 결국 하려는 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삭제해달라’는 얘기였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민들이 응당 알아야 할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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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장학사님이 무슨 볼일이라도…

오씨는 시의 행정처리에 대해 시장의 책임을 묻고 공식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국민고충처리위원회(www.ombudsman.go.kr)에도 같은 글을 올렸다.

한 달여 뒤 오씨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시청의 담당공무원이 교장과 장학사를 대동하고 찾아왔다. 오씨는 “내가 ‘장학사님이 여기 왜 오셨습니까’라고 물으니까 ‘평생교육과 관련이 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았다”고 진술했다. 오씨에 따르면 교장은 “인생선배 차원에서 충고하겠다”고 말했고 장학사는 “남자의 장도에 흠집 내지 말라”면서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신현규 전교조 충주지회 사무국장은 “학교기관을 등에 업고 교사라는 지위에 있는 민원인을 수그러들게 하려는 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며 “제대로 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사건을 축소시키려고 하는 지역자치단체의 권위적인 행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반면 충주시 관계자는 “담당과장이 사과를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는데 마침 장학사가 출장 와 있었던 것”이라며 “교무실에서 얘기할 문제는 아니고 해서 교장에게 부탁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고충처리위 공문 무시… 시장에게 보고 안해

오씨가 접수한 민원에 대해 11월 20일 국민고충처리위는 충주시에 공문을 보내 시장이 공식 문서로 사과할 것으로 권했다. 그러나 한 달이 넘게 감감무소식이었다. 이후 충주시 측에서 국민고충처리위의 공문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여론이 거세지자 12월 26일에서야 충주시는 ‘유아승차 차량 견인에 따른 사과문’을 오씨에게 전달했다.

충주시 측은 국민고충처리위의 공문을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고 얘기하면서 “처음부터 시 측에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했는데 민원인의 감정이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씨는 유아를 견인한 사건에 대한 시의 행정처리에 대해 다시 한 번 강하게 해명과 사과, 대응방침을 요구할 계획이다. 오씨는 ▲유아를 견인할 당시 자료가 없다는 점 ▲인터넷에 실명으로 올린 민원성 글과 이에 대한 동의글이 무단삭제된 것 ▲장학사를 동원한 것 ▲국민고충처리위 공문을 처리한 경위 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정식 제소할 계획이다.

전교조 충주지회를 비롯한 충주지역 시민·노동단체들도 연대를 결성해 ‘아이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행정당국에 항의하고 그간의 과정을 시민들이 납득하도록 공개하고 사과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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