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몰입 안돼 더 힘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에서 여주인공 선화역을 맡았던 서원씨(23세)를 만나 보았다. 그에게 이 영화는 무엇으로 남아있는지 궁금했다.

-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화가 초반부에는 밝고 명랑한 학생이었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거의 인생의 바닥까지 경험하고 나서 초월하는 걸 느끼는 건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 선화가 ‘초월’한다는 것은 서원씨 생각인가 감독의 생각인가

“감독님이 그렇게 말해주었다. 나는 그대로 연기에 임했고 특별히 내 생각은 없다. 나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분석하지 못한다. 느낌은 있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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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성현>

- 선화라는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하는데 어떤 요인이 작용했나.

“그냥 해 보고 싶었다. 딱 시기가 맞았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받기 1, 2년 사이에 개인적인 문제를 겪으며 나름대로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그걸 선화로서 담아보고 싶었다. 이때가 아니면 못하겠다 싶었다. 주위에서 반대도 많이 했다. 어떤 분들은 이 영화가 신인인 내가 여배우로 커나가는 데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건 둘째였고… 음… 표현을 못하겠다.”

- 촬영을 시작하기 전 많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했는지.

“이미 1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잘 생각이 안나지만 그때 무척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을 때였다. 난 자유롭고 싶은데 날 누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중심을 잡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될대로 되라 그런 상태에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리고는 선화라는 역할에 너무 확 빨려들어가 버렸다. 내가 없어진 거다 그때부터. 이건 연기일 뿐이고 촬영 들어갔을 때 그때만 몰입해서 하면 되는데 그게 안됐다. 선화는 너무 아픈 애인데, 선화가 내 안에 벌써 들어와버린 거다. 나 자신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다 힘들었다. 한 장면장면마다. 어떤 데서는 내가 감정몰입이 안돼 더 힘들었다.”

- 어떤 부분이 몰입이 안됐는지.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이 안됐다. 끌려가서 멍하게 앉아있는 장면들. 정말 마네킹처럼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우는 건 감정몰입이 차라리 잘된다. 그 외의 장면들은 불편했다.”

- 영화의 폭력성이 논쟁적이다. 성적 폭력을 당하는 장면들을 연기할 때 거부감은 없었나.

그냥 연기이다.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연기를 했을 뿐이다. 그 점에서는 나도 선화가 싫다. 그런데 이건 영화이고 서원이 선화라는 역을 한 거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선을 정해놓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역할이든 그냥 연기일 뿐이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 것 같나.

“운명을 원래도 믿는 편이다. 그게 악연이든 뭐든 이미 짝지어진 운명적인 사랑.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고난 뒤의 느낌은 그런 것이었다.”

- 자유롭고 본능적인 걸 좋아한다고 했는데 운명을 믿고 받아들인다는 건 모순 아닌가.

“모르겠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하나님이 정한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게 운명이다.”

-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곧 운명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모르겠다. 나는 생각하기보다 느끼는 사람이고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력이 없다.”

- 포스터는 따로 촬영할 때 감독이 어떻게 찍는다는 걸 미리 알려주었나.

“아니다. 감독님도 몰랐다고 했다. 각각 다른 시안으로 5개를 만들었는데, 원래는 지금 나온 게 아니었다. 좋은 것 같다. 포스터는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는데 영화랑도 맞는 것 같구.”

-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내 몸을 노골적으로 이용한다는 기분은 안들었는지.

“아, 들었다! 그것 때문에 영화에서도 좀. 그래도 영화에서는 실제로 노출장면이라는 건 없었다. 그냥 첫 번째 손님 받고 찢겨지면서 자연스럽게 담겨진 건데 포스터에서는 다르다. 그걸로 포스터가 정해졌다고 했다. 보고나서 기분이 좀 그랬다. 그래도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었다. <나쁜 남자> 처음 시작할 때 각오를 했으니까 ‘왜 이걸로 했어요’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거구.”

그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남성과 여성간의 관계에서 여자는 창녀 이런게 지배적이다. 그분 머리속에 있는게, 여자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창녀인가보다. 영화를 보면 감독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말이 맞는 것 같다

- 영화를 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내용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그건 감독님에게 물어보라. 나는 선화가 이해되지 않는다. 선화가 멍청하고 바보같다.

-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기보다 불편했는데.

“사실 김기덕 감독은 항상 그런 영화만 만든다. 그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남성과 여성간의 관계에서 여자는 창녀 이런게 지배적이다. 그분 머리속에 있는게, 여자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창녀인가보다. 영화를 보면 감독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말이 맞는 것 같다. 시나리오 받고 김기덕 감독이 이번에도 이렇게 소재를 썼구나 생각했지만, 영화로만 봤을 때 내용 자체는 흥미로왔다. 중후반에 가서는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 역을 해 보고 싶었다. 시나리오 속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

- 가족들도 영화를 보았는지.

“시사회 때 같이 보았는데 어머니와 이모는 계속 우셨다.”

그는 약속한 시각보다 1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인터뷰 시간이 40분으로 줄어들었다.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며 사실 조금 불편했다. 기자의 말에 그가 상처입을까봐, 혹은 그래서 물어야 할 질문을 묻지 못할까봐. 이야기는 계속 겉돌았다. 그녀는 “모르겠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자꾸 답을 피했다. 어느 정도 조율작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풀리려 할 때 인터뷰는 중단되었다. 그가 표현하지 못하겠다던 느낌들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정주 기자

='나쁜 남자' 토론은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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