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돌며 호주제 폐지 호소 고은광순

“지난 해 말 호주제폐지시민연대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호주제 폐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관들도 호주제에 대해 너무 몰라 홍보를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우편으로 관련자료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대여섯 번 정도 보냈는데도 못봤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직접 얼굴을 보고 전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국회에 들어갔는데 입구에서 가방을 조사하고 들여보내주지 않더라구요. 최후의 수단을 썼죠. 이미경 의원과 김경천 의원실에서 내려와 입구에서 자료를 받아가고 제가 들어가 각 방마다 자료를 돌리기 시작했어요.”

@3-3.jpg

그렇게 고은광순씨는 작년 11월 말부터 12월 15일까지 매일 국회 각 의원실을 돌아다니며 ‘나도 알고 너도 아는데 의원, 보좌관이 모른다면?’ 시리즈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손수 자료를 만들어 자비를 들여 복사를 해가면서 말이다.

호주제의 문제를 조목조목, 쉽고도 재미있게 구성한 자료를 처음 돌리기 시작했을 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반발이 거셌다. “홍보가 지나치다 못해 강요한다”는 볼멘 소리도 들렸고, 건네주는 자료를 면전에서 버리는 보좌관도 있었다. “호주제는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좌관들과 격론을 벌여야 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1탄, 2탄 회를 거듭할수록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오늘은 몇 탄입니까 라고 묻는 보좌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보좌관들끼리 모일 때 호주제 폐지에 관한 얘기들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렸고요.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갖게된 남성 의원도 한두명씩 늘어났죠. 호주제 폐지운동에 대한 거부감도 알고보니 호주제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이었어요.”

고은광순씨는 보좌관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그렇게 호주제폐지에 목숨을 거냐”는 것이었다. 고은광순씨의 답은 간단하다.

“하느님이 내려와서 사회의 모순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결국 그 사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부조리한 제도를 고칠 수밖에 없는거죠. 호주제 폐지운동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해요.”

올해 다시 본업인 한의사로 돌아간 고은광순씨는 앞으로도 호주제 폐지와 대체법안 입법, 통과까지 호폐모 회원들, 시민들과 힘을 모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