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여성을 강간할 수 있을까. 케린 쿠르스 감독의 1997년 작 <제이디드 Jaded>(18세, 크림)는 물론이라고 답한다.

어떻게? 와인병을 항문에 밀어넣어, 손발을 묶고 강제로 키스하여. 거절의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한 모든 육체적 행위는 가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강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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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말미에 미국의 많은 주가 이제 강간의 가해자를 Man에서 People로 바꿈으로써, 강간의 젠더 부분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어느 여름 아침의 바닷가. 상처투성이 여인이 발가벗기운 채 누워 신음하고 있다. 병원으로 실려간 맥(칼라 구기노)은 형사(아이다 터투로)와 검사(캐더린 덴트)에게 자신을 강간한 사람은 바에서 만나 함께 술을 마신 팻(리아 킷스텔트)과 알렉스(안나 콤슨)라고 답한다.

조사를 나간 형사와 검사는 팻과 알렉스가 여성이라는 데 놀란다. 강간죄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아 1급죄로 기소할 수 없으니, 비역죄(약자와 아동에게 강요되는 변태적 성 행위)라고 해야만 1급인 25년형을 먹일 수 있다는 검사의 말에 맥은 그건 분명 강간이었다고 항변한다.

문신 가게 주인인 터프한 성격의 팻과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는 유약한 알렉스는 맥이 먼저 유혹했으며, 행위를 즐겼다고 주장한다. 팻과 알렉스의 변호사(로레인 투셍)는 맥이 다리미, 식칼, 깨진 유리 등으로 아내를 괴롭히다 잔인하게 살해한 아버지를 변호한 과거를 숨기고, 이 마을로 숨어들었다며 고소 취하를 권한다.

섹시한 분위기의 맥,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팻,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알렉스-아름다운 세 여성과 사건 당일의 진실을 캐내려는 남미계 형사, 백인 검사, 흑인 변호사. 외모와 성격과 인종과 성 취향이 남다른 6명의 여성이 강간의 범위와 젠더 문제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동참하라고 권한다.

특이한 케이스이며 무엇이 진실일까하는 궁금증을 계속 유발시키기는 하나, 문제 제기 수준에 머물고 만 아쉬움이 크다. 국제 게이-레즈비언 출품작이었음을 광고하는데, 그게 영화 완성도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옥선희/ 비디오 칼럼니스트 oksunhee@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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