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취업 95년과 비교 27%이상 감소

평등의식 위한 전문적인 진로상담 필요

실업계 여고 졸업생들의 비정규직 취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최외선)의 양승주 수석연구원이 도내 실업고 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북 실업계 여고생의 진로현황과 정책과제’에 대한 연구 발표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지난 95년 실업계 졸업자의 64.4%가 사무직으로 취업한 것에 비해 지난해 졸업생의 직업별 취업구조를 보면 무려 27.3%나 감소한 37.1%만 사무직이었다.

반면 서비스판매직은 12.9%에서 21.3%로, 기능원 및 조립원 등 생산직 취업자가 18.6%에서 24.8%로, 특히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3.4%에서 14.8%로 각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실업계 여자 졸업생의 하향 취업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을 알 수 있다.

@25-1.jpg

현재 경북 실업계 여고생은 전체 여고생의 38.3%로 도내 여고생 10명중 4명이 실업계 고교에 재학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25.9%이며, 취업 희망자가 이보다 많은 35.8%, 그리고 취업과 진학의 병행을 희망하는 응답자가 29.2%로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9.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지역의 실업계 여고졸업생들이 선택한 진로를 보면 진학자가 48.2%, 취업자 49.7%로 진학자와 취업자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이같은 진학자 비율은 현재 전국의 실업계 고교 여자 졸업생의 진학자 비율 38.9%에 비해 무려 9.3%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도내 실업고 졸업생 중 진학자의 급증은 평균적인 고학력화 추세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IMF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지역 경기 침체로 취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한편 실업계 고교 진학과 고교 졸업 후 취업 선택에는 여전히 가정의 경제적 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조사에 의하면, 가정형편상 실업계로 진학한 학생이 9.5%,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의 25.9%로 취업희망자 4명 중 1명 정도가 가정형편을 이유로 들었다.

양승주 박사는 “가정 형편상 취업이 불가피한 학생들은 취업기회의 절대적 부족과 일자리의 비정규직화로 과거에 비해 낮은 근로소득과 향후 빈곤화의 과정을 겪을 확률이 매우 높아 빈곤의 세습화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향후 직업경로는 주로 사회계층과 지역성에 의해 결정되었다. 따라서 다양한 기회를 좇아 지역이동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청년층 여성의 경우 지역성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은 조사대상 학생의 절반을 훨씬 넘는 59.4%의 학생이 거주지 외의 대도시로 나가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소도시나 군 지역의 경우 10명중 8∼9명은 타 지역으로 이동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학생의 평생 직업설계에는 부모의 아들·딸에 대한 기대가 평등할수록, 본인의 남녀평등의식이 강할수록, ‘평생취업형’과 ‘재취업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진로교육에서 남녀평등의식의 향상을 강조할 필요성이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양승주 박사는 “전문적인 진로상담과 인생설계교육 등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가 외부 청소년 전문 상담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진로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