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여성들의 새해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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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극성스럽고 드세다구요?”

말띠 여성들이 올해엔 어쩌면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 옛날부터 말띠 여성은 사주가 세서 심지어 결혼도 못한다는 말이 속설처럼 전해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말띠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각종 철학 홈페이지에는 말띠에 대해 공통적으로 명랑하고 정력적이며 사회성이 강하다고 표현한다. 어떤 것이든 넘치면 과하듯 말띠의 이런 성격이 매사에 적절히 조화되면 항상 주변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지나치면 위기를 겪을 운세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언론에서도 역학자의 말을 빌어 올해는 여성들의 활동이 왕성할 운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말띠 여성들은 그래서 임오년에 더욱 더 할말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말띠 딸로서 겪은 애환보다는 당당히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힘찬 함성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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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생 이양강 의원·54년생 박동희

말띠 가시나에서 딸사랑 운동으로

“자랄 때 어른들께서는 백말띠라 팔자가 세 결혼도 늦게 해야 한다, 결혼해도 못산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이양강(42년생·경상북도 의원)씨는 “그러나 난 그런 말에 구애를 안받았어요. 오히려 말띠라 좋다는 생각을 했지요. 내가 워낙 차분하지 못한 성격이라 여성스러운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난 내 성격을 좋아해요. 참고 있지도, 누구를 미워하지도 못하고, 싸우더라도 뒤돌아 서면 금새 풀려버리는 그런 좋은 성격 있잖아요 왜. 하하. 결혼할 때 시집에서 말띠라 꺼리긴 했지만 사주팔자는 띠만 가지고 말하는게 아니잖아요. 생일, 시 뭐 이런 것들을 가지고 말하는데 무조건 말띠라 팔자가 세다는 속설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지금도 나가서 활동하다보면 난 말띠가 아니라며 한 살을 높이거나 낮추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라는 이 의원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큰동물의 띠를 가진 여성들이 많은 걸 본다”며 “며느리가 올해 아이 낳으려는 걸 이왕이면 내년 말띠 해에 낳지 그러냐”고 했단다.

“말띠인 친구들을 보면 결혼해서 다 잘 살아요. 사실 자라면서 보니까 백말띠도 아니었는데… 말띠해를 맞아 말띠의 기상을 살려 더더욱 열심히 일할 생각이예요”이라고 이 의원은

다짐한다.

“‘말띠 가시나’에서 나이가 좀 드니 ‘말띠여인’으로 남편은 나를 부르며 놀려요. 이건 비밀인데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화가 나면 ‘말대가리’라 해요. 제가 얼마전 제주도 출장을 가는데 남편이 ‘제주도 가면 좋겠다. 오랜만에 친구들 많이 만나고 와라’라고 놀리는 거예요.”

말띠라고 맞선서 두번이나 거절당해

며느리에게 “이왕이면 말띠해에 출산해라”

말처럼 뛰어다니며 나래 펼것

1954년 갑오생 박동희(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

“친정어머니가 말띠였는데 결혼생활을 힘들게 하셨어요. ‘내가 말띠라 팔자가 안 좋다. 너도 나처럼 고생할까봐 걱정이다’라는 어머니의 한숨 섞인 걱정을 들으면서 자랐지요.”

시집갈 때쯤 어른들께선 “어이구 말띠라 어디 시집 보내겠나”라는 소리도 듣고 선을 보려고 했지만 ‘말띠’라는 사실 때문에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는 박씨는 “시집도 못 가겠다 싶었어요. 그 후 난 나의 인생관을 스스로 개척했어요. 물 흐르는 대로 살지 않고 도랑을 치며 보를 만들며 살아왔다”는 그는 “말처럼 뛰어 다니며 나래를 펴고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고 전한다.

말띠 부인을 둔 남편들은 이렇게 말한다. “말띠 아니라 더한 동물이라도 띠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개인의 심성이 중요한 것이지 띠가 무슨 상관이냐”고.

경북도내 1942년생 10여명에게 인터뷰를 제의했지만 “난 말띠 아니다. 호적이 늦어져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일수록 띠에 대한 생각이 개방적이었지만, ‘팔자가 세다. 대가 세다’는 믿음은 시골로 갈수록 뚜렷한 근거도 없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다.

한 예로 1990년 경오년은 백말띠였다. 90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97년 초등학교 입학 당시 남학생 100중 23명이 남학생끼리 짝을 지었다.

우리 문헌과 중국문헌 어디에도 여자 말띠가 ‘팔자가 세다’는 말은 없다. 일본만이 말띠 여성을 기피하는데 일본의 나쁜 습성이 조선시대부터 전해진 건 아닌지.

2002년 임오년을 맞아 경북도내의 ‘딸사랑 운동’ 전개와 함께 ‘띠에 대한 의식변화’교육으로 미신맹조 풍조를 타파해야 할 것이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54년생 한복연구가 이나경

올해는 일본을 공략하는 해 될것

전통한복 연구가인 이나경씨의 임오년은 기모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일본인과 한판승을 벌이는 해가 될 것이다.

이미 약속된 일본 전시회만 1월과 3월 두 차례이고 오사카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교토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그의 염색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기모노만 500년 넘게 가업으로 잇고 있는 한 일본인이 종이로 만든 옷감을 이나경씨가 우리 전통 염료를 이용해 염색을 한 것으로 의상을 제작한 작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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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서 손으로 일일이 실을 뽑아서 만든 옷감”이라 설명하는 이나경씨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전시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한다.

이나경씨의 종이옷감에 대한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작에서 단종애사를 표현하기 위해 먹물이 적당히 밴 한지를 의상의 소재로 삼아 단종의 한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이나경씨는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에서 전통한복연구가로 행로가 바뀌기도 했다.

3월 30일부터 100일 동안 오오사카민족박물관에는 국내 천연염료와 소재를 이용한 우리 옷이 전시될 예정이다.

아라가야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인사동 매장과 지난 해 9월 부암동에 개관한 천연염색박물관 등 서울과 대구에 대리점을 갖고 있는 이나경씨는 오는 3월에 오픈하는이 오사카 직영점에 기대가 크다. 서울에 있는 그의 매장을 둘러본 후 그의 옷에 반한 한 일본인이 오오사카 매장을 추진한 것이다.

오오사카 직영점 오픈 앞두고

1·3월 일본서 두차례 전시회

말띠 여성의 저력 보여줄 터

토속적이고 소박한 색과 소재로 기품있고 우아한 우리 옷을 되살려내는 이나경씨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국민벤처펀드투자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부암동 작업실에서 천연염색을 전수받기 위해 찾아온 제자들과 함께 그는 아직도 손수 염색을 한다. 100년 된 기와로 장식한 바닥이 눈에 띄는 부암동 매장에서는 옥색, 품은색, 아청, 민색, 목색, 쪽빛 등으로 염색된 무명이나 명주, 삼베, 모시 등을 한복뿐만 아니라 컵받침, 조각보, 핸드백, 머플러, 쿠션, 보석함 등 전통상품으로 되살리는 그의 손맛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아름다운 색들은 치자, 도토리, 쑥, 오미자, 황백, 황련 등 우리의 자연에서 비롯되었다.

올 봄에는 그의 염색기술을 배워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1주일에 1∼2회 정도 체험교실을 마련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천연염색을 접해볼 수 있다.

전통한복이라면 대부분 화려하고 입는 방법도 복잡하게 여기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나경씨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편하도록 지퍼와 단추로 치마 여밈을 하는 등 옷이란 생활하기 편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기도 한다.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부담스러워하는 이나경씨는 “나는 그냥 노동자일 뿐”이라며 손을 내젓지만 그 누구보다 말띠 여성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파워여성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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