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을 한다

남산터널을 일부러 피해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남산순환도로로 들어선다. 철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남산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덕수궁 돌담을 끼고 사랑의 문화봉사단 사무실이 있는 정동으로 들어오는 길도 남산순환도로 못지 않게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가진 것이 있다면 나누겠다는 마음

어느덧 2001년이 기울어간다. 나에게는 유난히 빨리 지나간 한 해였다. 나이 들수록 세월의 흐름이 빨리 느껴지는 탓도 있었겠지만 30년 가까이 전업주부로 있다가 뒤늦게 시작한 사회생활의 분주함 탓이 아니었을까?

이계경 단장의 장기인 ‘집에 있는 여자 끌어내기’ 작전에 휘말려 엉겁결에 끌려나와 사랑의 문화봉사단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 어언 일년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새로운 경험과 만남들이 가장 많았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나의 가정 외에 내가 일하는 공간과 역할이 생기고 난생 처음 나 자신의 명함을 갖게 됐다는 것 외에 예전에는 단순히 즐기러 가던 제주도, 울릉도 같은 지방을 봉사단 공연이라는 일로 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공연봉사자, 운영봉사자, 후원봉사자 그 외에 또 다른 많은 형태로 ‘사랑의 문화봉사단’ 일을 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동안 너무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내 가까운 주위만 살폈던 생활이 부끄러워졌다. 전문적인 경험이나 능력이 없었던 나로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가진 것이 있다면 나누겠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한 한 해였다.

세심하게 기획하고 준비하는 봉사단 공연

우리 직원들의 도움으로 업무를 파악하고 공연을 쫓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고 관중들 반응도 좋아서 만족스러웠던 공연, 현지 무대 상황이 열악해서 아쉬웠던 공연,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을 만나 가슴 뭉클했던 공연 등 모두가 세심하게 기획하고 준비한 봉사단 공연이었다.

음성 박물관 앞마당에서 ‘신관웅 재즈밴드’ 야간공연을 하던 중 조명에 연결되어 있는 발전차가 고장이 나서 갑자기 깜깜해졌을 때 주위의 차 6대의 헤드라이트로 무대를 밝혀 무사히 공연을 끝냈던 일, 홀트장애인 합창단을 공연봉사자로 무대에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동대문 구청에서의 공연 등이 머리에 남는다.

또 저소득층 아이들과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는 인천아동복지관에서의 ‘피터팬’ 뮤지컬 공연도 기억난다. 악당인 후크 선장이 무대에 등장하자 한 아이가 무섭다며 내 무릎에 와서 앉자 슬금슬금 한 명씩 마침내는 다섯 명이나 옆으로 와서 안기기도 하고 손도 잡고 기대기도 하면서 공연을 보았다. 그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것이다. 봉사단이 떠날 때는 문밖까지 따라나오면서 내일 꼭 다시 오라며 우리의 발길을 잡았다.

2001년 하반기에는 청소년 감성 증진을 위한 기획공연을 하였다. 건전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해오른누리’가 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20회 공연을 함으로써 그들에게 건강한 문화 자극을 주었다. 연세대학교 외식사업고위과정동문회 회원들의 후원으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불우이웃을 찾아간 12월의 공연들도 올해에 처음 시도해 본 기획공연이었다.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일일 찻집과 후원의 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실무운영위원들과 힘들면서도 즐거웠던 일들도 소중하게 생각된다.

무사히 166회 공연을 끝내면서

12월 27일의 공연을 끝으로 올해 계획했던 165회의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사랑의 문화봉사단 사업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준 많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사무실의 세 팀장을 비롯한 우리 직원들, 그 동안 집에 있어줘서 고마웠었다는 말로 지금의 엄마의 부재를 서운해하는 가족이지만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격려해주는 그들에게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나눌 것이 있는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다.

<황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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