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치 게임의 룰 바꾸는 ‘정치하는엄마들’
[기고]정치 게임의 룰 바꾸는 ‘정치하는엄마들’
  • 이진옥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 승인 2018.10.24 10:44
  • 수정 2018-10-29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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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20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4번 출구 앞에서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및 교육당국 책임자 처벌 등을 주장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20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4번 출구 앞에서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및 교육당국 책임자 처벌 등을 주장했다.
여성신문

 

“정치에 여성들이 나서야만

독박육아 끝장내고 평등·행복한

가족공동체 법으로 보장받아”

정치하는엄마들은

정치의 게임 룰에 선전포고 한 것

최근 박용진 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공개 명단을 폭로한 국정감사 뒤에는 ‘정치하는엄마들’이 있었다. 현 정치하는엄마들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장하나 전 의원과의 인연은 내가 속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세연)이 마련한  <Beyond 20 Towards 2020: 젠더, 청년,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20대 총선을 평가하는 자리에 그녀를 초청한 것이 그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20대 총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더컸 유세단 활동을 하면서,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악수를 청하는 정치인들을 벌레 보듯 몸서리를 치고 여타의 유권자 집단에 비해 유독 정치혐오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걸 경험했다며, 이 현상에 대해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후 여세연은 “미취학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의 정치적 정향에 대한 연구”를 제안했으나, 그녀는 지금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연구보다 엄마들을 만나는 것인 거 같다며 우리의 콜라보 방향을 틀었다.

“우리 엄마들과 정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여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으면 그것이 정치이고 정치세력화입니다. 그것이 정치 이전의 정치이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며, 그것이 가장 멋진 민주주의입니다. 정치에 여성(엄마)들이 나서야만 독박육아를 끝장내고 평등하고 행복한 가족공동체를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저와 마음이 통하신다면, 이제 우리 만납시다.”

“우리 만납시다”라는 제안에 40여명이 모임에 나타났고, 그것은 여성의 그리고 엄마들의 정치세력화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엄마들은 사실 이미 오랜 동안 엄마의 이름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엄마로서 세력을 정치적으로 과시해왔다. 극우성향의 ‘대한민국엄마부대’는 차지하더라도, 지역 사회에서 부녀회, 어머니회, 학부모교육연합회, 그리고 더 나아가 맘카페 등 엄마들은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관리 대상이 되어왔다. 다른 한편, 수많은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들은 ‘엄마’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으며, ‘엄마의 눈과 마음’은 여성 정치의 주요한 수사였다. 또한 2007년 촛불집회에서 유모차 부대에서, 2010년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였던 무상급식 운동에서 엄마들은 전면에 나섰으며, 그 외에도 2014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이나 2016년 사드(THAAD) 배치 반대운동에서 엄마의 정체성은 아이들을 위한 절박하고 급진적인 정치성의 추동력이 되어 왔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이들과 변별점을 지닌다면, 이는 모성신화를 거부하고 ‘모성’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엄마’를 정치적으로 도구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한 여성 개인이 엄마라는 역할 수행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정치’의 영역이자 활동으로 연결한다.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를 위한 기자회견과 행정소송 등의 활동은 바로 이런 엄마로서 실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한국 정치에서 비가시화되어 왔던 부패의 한 뇌관을 드러내고 폭파했다. 10월 22일 ‘참세상’의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기초, 광역의원으로 당선된 어린이집 원장 출신 의원은 47명이다. 여세연 활동을 하면서 지방의회 선거에 도전하는 여성 후보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목격한 것 중 하나는 여성 정치인 중에 조직화되고 세력화된 유일한 집단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원장들의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직접 정치를 참여하지 않는 경우, 절대 다수의 정치인들은 정당이나 성별 불문하고 그들의 네트워크에 포획되어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런 정치의 게임 룰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하는엄마들이 이들에 대당하는 세력으로 성장하고 더불어 여성이자 엄마로서 아이의 돌봄 수행자로서 정치적 대표자로 나선다면, 비로소 엄마들은 정치인들을 벌레 아닌 사람으로 대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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