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위한 보육정책 세워라
아동 위한 보육정책 세워라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10.24 00:47
  • 수정 2018-10-2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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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20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 ‘엄마들만 몰랐다! 엄마들이 바꾼다!’를 열어 집회에 아이와 함께 참가한 아빠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20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 ‘엄마들만 몰랐다! 엄마들이 바꾼다!’를 열어 집회에 아이와 함께 참가한 아빠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시스템 개선으론 한계...보육 생태계 변화부터

아동 인권 우선순위 두고 폐쇄성 극복부터 

원장 독단적 의사결정 막을 운영위 유명무실

아이에게도 참여권...대변할 부모 참여 필수

고된 노동 시달리는 보육교사에게 

인격적으로 아이 대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

해묵은 사립 유치원 비리가 드디어 터졌다. 일반 시민들의 분노가 거센 가운데에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 파장으로 정부의 보육 정책의 개선방안에 관한 논의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요구이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취학률 40%’에 대해 최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고 유아교육의 국가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밝히는 등 성난 민심을 수습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문제를 공론화한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회계 투명성 강화 △비리 유치원 설립 제한 △유치원 평가 정보 공개 등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3법을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보육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일들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교육기관을 늘리고 관리 감독 시스템만 개선하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수시로 반복돼온 사건 사고를 떠올려보면 보육정책이 관리 감독 제도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다. 한국보육진흥원이 권미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 아동학대 발생으로 인증 취소된 어린이집 가운데 54.8%가 95점 이상 받은 우수어린이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올 7월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두 곳 모두 90점 이상의 높은 평가인증 점수를 받았다. 또 크고 작은 안전사고나 학대사건이 발생할 때면 규정을 만들고 강화하지만 사고 발생건수가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매년 늘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어린이집 안전사고는 2013년 4209건에서 2016년 8539건으로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통학차량 사고는 2013년 53건에서 2016년 72건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이번 기회에 관리 감독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부분적 단편적인 정책 개선을 넘어, 보육의 주체인 아동의 인권과 권리, 발달을 우선순위에 둔 정책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을 최고의 가치로 놓는 보육 생태계의 근본 개혁을 시작할 기회라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9월 보육교사 5만2천명을 신규 채용해 늦은 오후나 밤에도 어린이집에서 돌볼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시행키로 한 것에 대해 아동발달 연구자인 최순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장은 “보육의 본질과 거리가 먼 어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맞물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밤늦게까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남겨두는 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며 보육시설을 대폭 강화하는 일본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왔다. 지난 8월 일본 도쿄의 유일한 24시간 운영 구립 보육원을 취재 당시 원장은 “어느 순간부터 보육정책의 주체가 일하는 부모로 바뀌었다. 이런 정책과 시스템은 기업과 부모들에겐 편리하지만 아이들 정서상 좋지 않다. 아이들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진정한 ‘보육’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 시스템과 보육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차이다”라고 밝혔다.

또 아동교육기관 운영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원장 1인의 의사결정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의 방식을 꼽는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조성실 공동대표는 “보육 생태계의 체질적 개선 없이 제대로 된 예방은 불가능하다”며 “보육현장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진정한 의미의 열린 어린이집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부모가 보육기관의 운영에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제도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조 대표 뿐만 아니라 관련 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모든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재의 운영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운영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소한 결정권자 한명이 마음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조 대표는 “부모들의 조직화가 절실한데 위해 거수기 역할에 그치거나 그 마저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곳이 많다”면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소수의 부모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보다도 전체 학부모를 아우를 수 있는 학부모회 조직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보육교사의 확충과 함께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동 인권은 공염불이라는 것이 보육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호균 전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 센터장은 “호주의 경우 파트타임 보육교사를 점심시간에 배치한다. 교사들이 점심을 편하게 먹고 휴식을 취하고 수업준비를 할 시간도 갖는다”고 전하면서 “우리 보육교사의 경우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라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 개선을 제대로 하면서 충실하게 갖추면서 무상교육으로 갔어야 했는데 정책은 고민하지 않고 정치가 앞서나간 결과 이런 우를 범했다. 제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육현장에서 이같은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보육 철학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정병수 사무국장은 “보육정책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순히 아이를 맡겨놓는 게 아니라 기관 운영에 참여권을 가진 주체로서 인식해야 한다”면서 “아이들을 미래를 위한 존재, 보호대상이라는 관점을 넘어 존중받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체성을 갖도록 제도 안에서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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