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범죄 매년 급증하는데
기소율은 낮아져…2016년 31.5%
1심 판결 70%가 집유·벌금형
벌금형 80%는 500만원 이하
사실 “한국의 불법촬영·유포 범죄에 대한 법정형은 국제적으로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입법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의 없이 사진·영상 등을 촬영하거나 유포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설령 촬영에는 합의했더라도, 상대의 동의 없이 영상물을 퍼뜨렸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2항).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을 받게 되면, 처벌 종결 시점부터 보호관찰, 수강명령, 사회봉사, 약물치료, 위치추적장치 부착, 신상정보 등록·공개 등 보안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처벌은 미미해서 문제다. 범죄는 느는데, 검찰의 기소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2010년 검찰의 카메라등이용촬영 범죄 기소율은 72.6%(484건)였다. 2016년 31.5%(1846건)로 뚝 떨어졌다. 단순 촬영을 넘어 유포까지 한 심각한 범죄에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2011년~2016년까지 서울 각급 법원에서 선고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판결문 1866건 중 촬영물 유포 66건을 살펴본 결과다. 1심 결과 집행유예 36.4%(24건), 벌금형 28.8%(19건), 징역형 27.2%(18건), 선고유예 7.3%(5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 낮은 선고형이 전체의 약 70%다. 벌금형의 약 80%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됐다.
최근 이례적 ‘법정 최고형’ 3년형 선고 나와
재판부 “피해자의 사회적 삶 파괴”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이 불법촬영·유포 가해자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렸다. 지난 4월, 제주도에 살던 남성 A씨는 전처에게 앙심을 품고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과거 촬영한 피해자와의 성관계 사진·영상 등 파일 19개를 온라인에 유포했다. 피해자의 지인 100여 명에게 영상 링크를 보내고, ‘1년 뒤 다른 영상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김도형 판사는 지난 11일 “피해자가 영위하고 있는 사회적인 삶을 파괴하고 앞으로의 삶에서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 피해가 심대하다”며 가해자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보복할 목적으로 연인관계 및 부부관계에 있을 때 촬영한 영상물 등을 유포하는 것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로서 피해자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삶을 파괴하고 앞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 피해가 심대하다”며 불법촬영·유포 범죄의 심각성을 직접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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