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당에 필요한 건

보수 통합 아닌 보수 참회록

새 시대에 맞는 비전 정립해야

 

 

자유한국당이 보수 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치욕의 트리플 패배를 당한 한국당이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려면 보수 결집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선임된 전원책 변호사가 보수 단일 대오를 강조하며 기치를 들었다. 그는 최근 당 지도부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끝장 토론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당 입장을 정리해야, 당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적 청산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보수 통합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전 변호사는 “한국당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박근혜 문제”라며 “유승민 의원이 떨어져 나가고 바른미래당이 생기고 김무성 의원이 떨어져 나갔다가 돌아오고 이런 현상도 모두 박근혜 관련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친박계, 비박계의 상호 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 누가 ‘칼질’을 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런 과정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 변호사 등 한국당 조강특위 외부위원들은 “2012년 비대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보수를 버려야 한다’면서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꾸었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대목에서 왜 한국당이 침몰했는지, 보수 세력이 왜 궤멸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에서 집권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보수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1만표 차이로 대패했다. 당시 친노의 핵심이었던 안희정은 “친노는 폐족이다”라고 선언했다. 그 이후 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결집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 급식’이라는 진보 가치를 내걸고 천안함 폭침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

한국당은 어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탄핵, 구속이 이어졌지만 친박 폐족 선언은 없었다. 핵심 원박(원조 박근혜) 중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정치 보복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 변호사가 제시한 끝장토론 요구는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당에는 여전히 친박 세력이 존재하고 있고, 박근혜에 대한 공개 토론을 하면 친박-비박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의 탄핵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한 것도 문제다. 그는 지난 4일 간담회에서 “탄핵 사유가 있다”면서도 “탄핵 심판은 졸속”이라며 이중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단언컨대, 박근혜의 실패는 보수의 실패가 아니라 보수 세력의 실패다. 한국당은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꿔 실패한 것이 아니라 보수 세력이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제왕적 대통령인 박근혜의 눈치만 보면서 권력에 줄을 서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수는 없고 보신만 있었다. 한국당이 보수통합의 대상으로 지목한 바른 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쇄신도 없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막말로 웃기는 얘기"라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수구·보수로 가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을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 '촛불 혁명의 청산 대상이자 적폐 청산 대상' '수구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마디로 한국당은 보수 통합을 끌고 갈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당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보수 통합이 아니라 보수 참회록을 쓰는 것이다. 참회 없는 통합은 허구이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은 기본적으로 시대정신의 큰 흐름을 놓쳤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이제 보수는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성장, 자유, 경쟁, 체제 등 과거의 가치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성평등, 평화, 분권, 복지, 민족 등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배격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고 배려하는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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