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도시 사람중심 디자인 - 3

최근 서울시장이 서울 내 지하철역에서 광고를 없애고 대신 예술작품을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상업광고가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니 없애고 예술작품이 전시된 수준 있는 역사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개인적으로 지하철 역사에 가끔 전시해 놓는 식상한 구도와 촌스러운 색감의 풍경화보다 신동엽의 코믹한 표정이나 공유와 공효진이 스~윽 얘기하는 광고 보기를 더 즐기는 1인이다.  

사람 사는 도시에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광고 또는 광고판이 필요악인가하는 문제는 오랜 논란이다. 고급스럽고 아름답다고 하는 유럽의 도시 중심가에선 어지러운 광고를 찾아보기 힘든데 그에 반해서 우리 도시에서 광고는 여러 가지 시각적 피로를 일으킨다는 의견이 있다. 오죽했으면 깨끗하고 세련된 도시를 만든다고 ‘간판정비사업’이란 사업까지 했을까.

 

오사카 도톤보리에 다양한 광고판들 사이에 있는 글리코상. 인증삿의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장병인
오사카 도톤보리에 다양한 광고판들 사이에 있는 글리코상. 인증삿의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장병인

간판정비사업, 도시정비사업 등은 모두 낙후된 도시 시설을 정비하는 도시재생의 일환이다. 도시를 깨끗하고 멋지게 만드는 일에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과유불급이라 했다.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꼭 광고판 하나까지 획일화해야 하는지는 고려해야할 문제다. 자생적으로 형성된 문화는 획일화를 위한 정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화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꼴보기 싫은’ 도시의 광고가 관광 상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오사카 도톤보리에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뛰는 마라톤 아저씨 ‘글리코상’  광고판이 있다. 11월11일에 먹는 초코막대과자의 원조회사인 글리코제과의 광고판이지만 오사카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찍는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1935년에 처음 설치된 이 35m짜리 대형 광고판은 8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 수십 년 동안 위치는 변함이 없지만 이슈가 있을 때는 이슈와 콜라보해 광고를 만들어 문화적 흥행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2011년 일본 동북부에 대지진이 났을 때 24일간 광고판의 불을 끄고 절전과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물론 불을 다시 켰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8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져온 교감에 이 불을 끄는 행사가 천박한 선전이라는 얘길 하는 사람은 없다.

 

이슈에 따라 글리코상 광고는 다양하게 변화하며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준다.
이슈에 따라 글리코상 광고는 다양하게 변화하며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준다.

 

공간의 상황에 따라 도시는 광고가 밀집되어있는 곳도 있고 광고가 숨겨진 곳도 있다. 사람들 사이클에 따라 도시 공간의 역할과 성격을 규정하여 기본적인 광고판 정책을 잡고 광고의 퀄리티는 소비자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지 강제적으로 조정할 분야는 아니다.  

2014년을 기점으로 한국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후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두 배 가까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한국을 찾는 전체 외국관광객의 80% 정도는 서울만 보고 또 전체의 60% 이상이 명동,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 통계는 일본 관광의 다양성과 한국 관광의 단조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꾸준히 지역별로 문화를 다양화하고 볼거리를 세분화해서 작은 마을까지 차별화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한일 외국인 관광객수 추이 ⓒ한국관광공사
한일 외국인 관광객수 추이 ⓒ한국관광공사

도시에 광고가 많기로 치면 홍콩이나 일본의 길거리 광고를 따라갈 곳이 없다. 광고가 많아서 후진적이란 것은 맞는 말이 아니다. 광고는 도시의 성격을 느낄 수 있는 문화의 하나다. 귀한 광고가 될 수도 있고 천한 광고가 될 수도 있다.

도시재생에서 광고판 정비 사업은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사업인데 이 과정에서 전국의 간판이 다 똑같아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가뜩이나 지방에 가면 볼 게 없다고들 하는데 광고판까지 똑같아버리면 지방은 더욱 볼거리를 잃고 만다. 

오사카의 글리코상은 오늘도 뛰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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