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예산·인력·시간 필요한 성폭력 대책
[여성논단] 예산·인력·시간 필요한 성폭력 대책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승인 2018.10.17 16:52
  • 수정 2018-10-25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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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법률·의료 지원

비용은 턱없이 부족하고

국선변호사 수당도 깎여

예산·인력·시간이 필요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10월 8일 정부에서 미투 관련 법률 개정을 16일부터 공포한다고 발표했다. 통과된 다섯 개의 법률개정안은 주로 가해자 처벌에 관한 기준 상향이 그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 법정형이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된다. 업무상 위계 위력에 의한 추행죄도, 피구금자 간음과 추행죄도 법정형이 상향된다.

 

그런데 이것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주효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위력의 의한 간음, 추행’의 판단을 형해화하고 다른 법이 필요하다고 법조항 적용을 회피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일상의 권력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서는 엄격한 수사재판 과정이 여전한데, 법정형만 높이는 것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도리어 기소를 적게 하고, 피해자에게 더 많은 입증 요구를 지우는 것은 아닐까?

지난 10년간 법정형은 꾸준히 높아졌다. 그런데 도리어 가해자 전문 변호사 시장도 성장해왔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기보다 가해자전문 로펌에 큰돈을 들고 가 어떻게든 법적 책임의 회피를 위탁한다. 가해자 변호사는 군인, 고위 공직자, 교사, 교수 등 가해자의 업종에 따라서 각각 군사법원, 공무원 징계 재심 소청심사위원회,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노하우, 인맥 등을 동원하여 전문적으로 ‘대응’한다. 이들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해 ‘성공’한 사례를 나열한 광고가 가득하다.

이들은 어떻게 가해자 처벌을 감경시키고 성공 보수를 얻어왔나? 왜냐하면 성폭력, 성희롱 판단기준과 법리를 오해하게 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피해자에 대한 온갖 공격을 만들어 진술신빙성에 흠집 내는 일을 할 때 이를 받아 들여온 각종 법원, 심의위원회, 징계위원회, 배심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가해자 변호사들이 한 사건 당 수천만원의 투자를 하며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법적 제재를 무력화하는 동안, 성폭력에 대한 공공적 대책은 법정형 상향 외에 어떤 시간과 노력, 예산을 투여해왔는가? 성폭력 대책의 ‘경제’는 현재 얼마나 내실 있는지 물어야 한다.

올해 미투로 인해 성폭력상담소에서는 피해자 무료법률기금이 조기에 소진되고, 피해자 의료비지원신청이 너무 많아 대기자도 많은 형편이다. 그러나 올해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수당이 비현실적으로 깎였으며, 피해자가 지원받은 의료비, 법률구조금에서 성폭력 사건이 ‘무죄’가 나왔을 때 피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기막힌 이야기마저 들린다. 피해자가 안정된 지원을 받으며 자신이 겪은 성폭력에 대한 힘있는 목격자이자 증언자가 될 수 있도록 조력해야, 상향된 법정형이 개별 사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터인데, 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매년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을까? 작년 사이버성범죄 정부 종합대책에서도 디지털성폭력 피해자에게 영상삭제비용 등을 지원하고, 그 비용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으나, 디지털성폭력 가해자가 ‘유죄’ 판결을 받고 그 비용을 내게 하기까지, ‘과정’에는 얼마나 방도가 있는가.

법정형 상향은 주로 통과됐지만, 지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주요 미투 법안 15개는 대조적으로 ‘과정’에 대한 것들이다. ‘징계위원회에 학생 참여 허용’ ‘교원 소청심사위 여성위원 참여 제고’ ‘정부 및 공공기관 내 성폭력 발생시 현장점검 및 재발방지대책 제출 의무화’ ‘성희롱 관련 사항을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으로 명시’ ‘취업규칙에 기재 사항으로 직장내 성희롱 예방과 발생 시 조치사항 명시’ 등등. 각 당과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들에 대해 명확히 지지하고 가결하기를 바란다. 처벌 조항 법정형 상향을 통과시킨 만큼, 그 이상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한다. 예산과 인력, 시간을 ‘드는’ 성폭력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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