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혜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2018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부문 장혜영 감독 

18년간 떨어져 살던 

장애인 동생과의 일상 공개하며 

유튜브로 세상과 소통 

 

돌봄 역할, 주로 여성에게 전가 

“장애인 탈시설·자립 문제 

불평등 관점에서 봐야” 

‘도대체 이해 안 가는 세상을 그래도 이해해보고자 노력하는 생각 많은 둘째언니의 채널’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를 운영하는 장혜영 감독은 세 자매 중 둘째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한 후 2006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지만 4학년 때 자퇴했다. 이후 다양한 일을 해오다가 2년 전부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은 동생과의 소소한 일상을 담는다. 함께 여행에 다녀온 이야기, 크리스마스와 설날 등을 보낸 추억, 이사를 하는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까지 주제 또한 다양하다. 

장 감독의 동생인 혜정씨는 중증 발달장애인이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둘 다 갖고 있어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면서 당시 13살이었던 혜정씨는 장애인 수용시설로, 중학생인 장 감독은 조부모댁으로 들어갔다. 

장 감독은 “어느 순간 동생이 동생의 삶을 단 한 번도 자신의 뜻대로 선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동생은 왜 꼭 시설에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와 함께 살 수는 없는 건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여기에 시설과 관련된 여러 부조리한 상황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동생과 같이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렇게 2017년 6월, 18년간 시설에서 살던 동생 혜정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얼마 전엔 동생과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책도 펴냈다. 제작비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았다. 당초 계획인 5000만원을 훌쩍 넘는 제작비가 모였다. 영화는 제16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했다. 이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장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사는 형제자매의 삶,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이다.

 

장혜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혜영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 감독은 수상소감으로 “기쁘면서 슬펐다”고 했다. “ 작년에 환경재단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들’에 선정됐는데 그때와 비슷한 감정입니다. 늘 발달장애인 이슈에선 당사자보다 조력자가 발언의 기회를 가져요. 상을 받아야 한다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당당히 돌아온 동생이 받는 게 맞아요. 제가 한 것은 잘못을 바로잡는 일에 가깝거든요. 장애 당사자가 평등한 사회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으로서 주는 격려 차원의 상이라고 생각해요.”

장애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후엔 시민단체에 들어갈까도 고민했다. 당시 흔히 말하는 ‘N잡러’(2개 이상을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였던 장 감독은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조직에 있을 때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유튜브 팔로워 수가 처음 100명을 넘었을 때 가장 흥분됐다. 댓글 반응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의 스탠스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이 소수자의 문제를 볼 때 그들의 불행에 천착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이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 안타까워하는 마음이죠. 이런 연민의 감정 자체가 잘못됐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장애를 가졌다고 모두 불행하진 않거든요. 우리가 여성이라서 불행한가요?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반드시 불행하다고 할 순 없어요. 모든 개인은 저마다 행복하고 불행해요. ”

그는 “장애인 문제를 ‘불행’이 아닌 ‘불평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평등의 관점에서 이들의 문제는 나와 같은 동료 시민이 겪는 문제가 된다. 이는 동시에 ‘나’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이 삶에 대한 모욕은 분노하고도 연결된다. 부당한 일이 일어나면 분노하지 않나. 선행, 시혜가 따뜻함이라면 이건 ‘뜨거움’이다. 이 뜨거움이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는 원동력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돌봄 문제에서의 젠더 이슈도 장 감독은 주목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건 가족의 몫이에요. 가족 중에서도 특히 엄마, 여성 형제의 몫이죠. 남성의 경우, 장애인 형제자매가 있으면 아내에게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성의 경우엔 결혼 결격사유가 되기도 해요. 실제로 장애인 형제자매가 있는 분들의 고민상담을 많이 해줬는데 남성은 한 명도 없었어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브이로그 영상 ⓒ생각많은 둘째언니 영상 캡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브이로그 영상 ⓒ생각많은 둘째언니 영상 캡처

장 감독은 평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든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노래들은 장 감독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한다. 노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도 그 중 하나다. 가사엔 동생 혜정씨와 이 세상을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희망 등이 엿보인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 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 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 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 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 웃을 거야, 하하핳하핳 

“혜정이와 제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요? 장애인 돌봄 문제가 가정의 몫이 아닌 국가의 몫이 됐을 때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이와 함께 여성만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성차별적인 문화도 사라져야겠죠.” 변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장 감독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오늘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불평등의 문제를 보세요. 그건 결국 당신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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