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주>

겸손과 자뻑 사이. 바로 자신감!!!

요즘 젊은이들에게 “자존감”을 가지라고 강조하는 활동들이 많습니다. 진학에 취업 등 여러 가지 경쟁 속에서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각종 강의에 온갖 책들이 모두 자존감을 갖추도록 격려합니다.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제가 일하던 회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비용절감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서울 강남에 있던 모든 사무실을 처분하고, 공장이 있는 수원으로 이전한 거였습니다. 마치 아버지가 실직하거나 사업이 망해서 가족들이 좁은 월세 방으로 이사 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사무실을 이전하고서 다들 위기감 속에서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타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부장 한 명을 복도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인사를 했지요. “안녕하세요? 요즘 어찌 지내세요?”

그 부장 답변은, “어쩌긴요, 별로 하는 일 없이 그냥 지내지요”였습니다.

여러 분은 이런 대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겸손의 태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참 기간이 지난 어느 날, 그 부장이 책임지고 있던 부서는 회사 조직도에서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자기가 맡고 있는 부서가, 또는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하거나 “별로 하는 일 없이 지낸다”는 등의 말은 자칫 해당 부서나 업무에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들리기 때문에 그런 말이나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특히 제가 다녔던 회사는 “묵묵하게 참고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꼽았었습니다. 저 역시 그러 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여성 인력이라서 왠지 좀더 겸손스럽게 행동해야 했지요.

그런데 세월이 20년쯤 지난 요즘,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배들을 만나면, 요즘의 저는 “자뻑”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조 박사는, 거기서 한 템포만 쉬면 주변 사람들이 칭찬의 말을 해 줄텐데, 그걸 못 참고 본인이 잘 난 척을 해서, 2%를 깎아 먹네”라고 말이지요. 업무이건, 커뮤니티 활동이건 매사에 그런 얘기를 듣고 지냅니다. 물론 제 평소의 공식적인 행동은 그렇지 않은데, 아주 친한 선배들에게는 제 자랑을 좀 하나 봅니다.

회사 생활할 때, 너무 겸손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자랑해도 안 되는, 적정한 자신감의 기준은 어디일까요?

 

저작권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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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름대로 이런 기준을 세워 보았습니다.

1. 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내면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찾자. 이것이 내 자신감의 근원이다.  

2. 내가 잘 모르는 것은 절대 겸손하자. 괜히 잘 모르는 것에 한 마디 끼고 싶어서 입을 열다가 무시당하기 쉽다

3. 내가 책임지는 부서나 후배 사원에 대해서는, 자랑을 아끼지 말자. 그것을 두고 겸손하지 않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적다. 그리고 내가 우리 부서와 후배를 보호하려 한다는 것을 부서원이 알면 그 부서원은 내 사람이 된다.

4. 자신감은, 나의 내용만이 아니라 자세와 목소리에서 더 잘 전달된다. 늘 당당한 자세, 표정, 목소리를 갖추자

5. 내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마음껏 자랑하자. 그런데, 겸손한 자세로 자랑하자~.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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