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앞에서 채용 성차별 기업에 대한 항의와 채용 성차별 철폐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앞에서 채용 성차별 기업에 대한 항의와 채용 성차별 철폐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 여성의 최종면접 합격률이 필기시험 합격률보다 감소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과정에서 여성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작용했다고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갑)이 산자부 산하 13개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신입직원 채용현황을 살펴보면 총 127회의 채용과정 중 여성지원자들의 최종합격률이 필기시험 합격률보다 낮아진 경우는 93건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필기합격률 32.4%지만 최종합격률 23.2%로 9.2%포인트 감소했다. 여성 지원자가 몰리는 사무직의 경우 합격률이 낮아지는 경우가 77%로 더 많았다.

최 의원은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남부발전은 채용을 20회 실시했는데 20번 모두 합격률이 낮아져 여성지원자에 대한 불이익이 더욱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투운동 등 여성들의 인권 및 성평등 의식 향상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채용시 여성지원자의 최종 합격률이 필기시험 합격률보다 감소하는 경우가 2.7배 이상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여성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다고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미 드러난 성차별 채용 비리 사례는 많다.

검찰은 2015년 상반기 KB국민은행 채용 비리를 수사하던 중 남녀 합격비율을 맞추기 위해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한 정황을 밝혀낸 바 있다. 올해 4월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서류전형 합격자 남녀 비율을 4:1로 정하고 점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최종 합격자 중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남성 2명을 넣은 것도 적발됐다.

또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 중에서도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채용과정에서 여성지원자들의 점수를 고의로 낮게 준 사실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검찰이 당시 사장들을 기소한 바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경우 성차별 채용이 문제가 되자 2018년에 70명을 채용하면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는데, 24명의 여성이 합격해 합격률이 34%였다. 그런데 이는 지난 5년간(2013~2017년) 평균 합격률 16%의 2.1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최 의원은 “여성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없애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할 때까지 공공기관부터 여성채용 목표제를 강력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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