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평균 연간 710만원 

연간 360조7000억원, GDP 대비 24%  

4인 가구 기준 연간 2843만원 

10년 전 연구 결과보다 낮은 수치 

2008년 ‘전업주부, 연봉을 찾아라’   

4인 가구 기준 연간 4452만원 

원인은 통계청 산정 방식? 

한국은 전문가대체법만 이용 

핀란드, 일본 등은 종합대체법  

“주요 국가 산출법 비교·분석해야”

 

무급 가사노동 가치 ⓒ통계청
무급 가사노동 가치 ⓒ통계청
 

‘시간당 1만569원.’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국가 첫 통계가 나왔다. 15세 이상 여성이 연간 창출하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1076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성별 구분 없는 1인 평균 연간 가사노동의 가치는 ‘710만8000원’이었다. 4인 가구 기준으로는 연간 2843만2000원 수준이다. 이는 10년 전 한 연구결과에서 발표한 4인 가구 기준 가사노동가치인 연간 4452만원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여성의 무급노동 기여는 국민계정과 경제통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말이 처음 나온 건 1985년 세계여성대회 유엔 선언에서다. 이후 유엔은 1993년부터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국민총생산 활동에 포함하라고 권고해왔다. 이후 한국에서도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매기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이런 시도들을 봤을 때, 통계청의 이번 발표는 늦은 감도 없지 않다.

문제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과거 시도된 다른 평가와 비교해 봐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2005년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권태희 박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업주부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1인당 월평균 111만원, 30대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 환산액은 월 167만원이었다. 또, 200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전업주부, 연봉을 찾아라’ 발표에 따르면 가사노동의 가치는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371만원, 연간 4452만원 수준이었다. 최저임금과 물가 인상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현재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낮은 수치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에 따르면 2014년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360조7000억원으로,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3%의 비율을 기록했다. 현재 가계생산 관련 통계는 프랑스·핀란드·스위스·영국·캐나다·일본 등 주요 20개 국가에서 작성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이 분석한 가사노동 가치는 약 1800조원이다. 이는 영국 국내 총생산의 63%에 달하는 수치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을 통계청이 산정하는 평가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가치= 무급 가사노동시간 x 인구 x 직종별 대체임금’이다. 직종별 대체임금에선 ‘전문가대체법’을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대체법은 개별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직종의 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모든 가사노동을 하나의 직업으로 간주해 평가하는 종합대체법과 구분된다. 

이와 관련 김대유 경제통계국 소득통계개발과 과장은 “종합대체법의 경우 단일임금 적용으로 인한 부적절한 평가, 협소한 시장의 임금 적용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대부분 국가에서는 전문가대체법으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인 핀란드의 경우, 한국과 달리 종합대체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다 정확한 통계 작성을 위해 전문가대체법과 종합대체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일본 또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이들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국가들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 산출 방법을 비교·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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