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종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장애인은 도장파고 구두만 닦나. 예술도 해야

장애인예술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 있어

국립장애인오케스트라 만들 때 됐다

 

신종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종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평생 동안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는 자신의 악기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비올라는 현악4중주에서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 음역인 비올라를 연주하면서 중재와 조화의 역할을 한다.

비올리스트이면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을 이끌고 있는 신종호 이사장은 비올라 같은 인물이다. 장애인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고, 각자의 터전에서 외롭게 활동하는 장애예술인들을 세상과 이어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장문원이 있는 건물 이름도 ‘이음센터’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옆 ‘이음’이라는 두글자가 붉은 벽돌 건물이다.

신 이사장은 소아마비 1급 지체장애인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다닌 재활학교에서 우연히 바이올린을 접했지만 형편 상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하던 중 장애인 친구 4명이서 베데스다현악4중주단을 만들었다. 이때 새롭게 비올라를 시작해 피나는 연습 끝에 연주회 무대에도 오르고 미국 신시내티대학에 6년간 유학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에서 구리시교향악단, 서울아산교향악단 등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후 2015년 11월 장문원의 초대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백지 상태의 장문원에서 직원 선발부터 정책 수립, 위상 정립 등 하드웨어를 갖추는 일에 지난 3년간 많은 공을 들였고, 소프트웨어를 채우기 시작할 때가 되자 임기가 끝나간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장애인문화예술원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장애예술인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과 정책개발, 장애인복지, 그리고 지방 예술가들도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젠 국가의 수준을 말할 때 국민소득이 아닌 문화와 복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주요사업으로는 매년 장애인예술축제를 열고 문화향수사업 공모를 한다. 센터에는 공연장과 갤러리, 커뮤니티룸이 있기 때문에 대관사업도 한다. 마로니에 공연에서 하는 장애인의 날의 행사도 직접 주관한다.

세계 최초로 장애인전용극장 설립도 추진한다.

장애인전용극장 설립 계획이 확정됐다. 장애예술인들의 활동 공간 및 접근성 부족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그렇지만 장애인만이 사용하는 건물도 아니고 ‘장애인’이라는 명칭도 붙이지 않는다. 즉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모든 사람은 예비장애인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지팡이를 짚어야 하고 귀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문화시설은 너무나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영화나 연극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시설은 사실상 없다. 장애인전용극장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편리한 문화시설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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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히스토리는 남자들에 의해 쓰여진 역사다. 전쟁, 싸움, 알력 다툼이다. 역사는 허스토리여야 한다. 모든 역사 뒤에는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컸다. 여성이 부상되고 진가가 드러나야 한다. 또 장애인, 다문화, 장애인, 난민 등이 다양한 약자 부류가 있다. 이제는 (일부 남성의 역사인) 히스토리가 아니라 다양한 이들과의 밸런스가 필요하다. 공정한 사회가 되는 길이다.

장애인예술만의 특징이 있다면.

예술은 다양성이 기본이다. 장애인예술은 몸과 신체가 다른 사람과 다른 그 안에서 나오는 생각과 행위는 분명 특별하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가령 농아인은 미술 쪽에 굉장히 뛰어난다. 시각장애인은 음악성이 뛰어나다. 지적장애인, 발달장애인의 예술은 신선함이 있다. 무엇보다 감동이 없는 것은 문화예술이 아니다.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해서 다른 이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장애인도 많다.

현장과 행정가를 모두 경험했는데 하실 말씀이 많을 듯 하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장애인 관련 기관과 부서가 있는데 장애인 복지사업이 중복되는 게 많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예산 누수도 심해 안타깝다. 또 문체부에 장애인체육과가 있는 것처럼, 장애인문화예술과도 필요하다.

장애인 예술 지원 이전에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동안 장애인의 직업이라고 하면 도장 파고 시계 고치고 구두 닦는 일로 여겨왔다. 장애인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건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공부하고 밥벌이를 해서 홀로서기 하고 결혼할 것인가는 똑같은 문제다. 그런데도 장애인은 유독 그런 것에서 차별을 많이 받았다. 장애인은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해놓고 내려다봤다. 시간이 지나서 장애인 정치인, 의사 등이 나왔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다. 문화예술이라는 것도 한정된 일부만이 하는 거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사회 가치를 형성하는 역할을 장애인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장애인예술 정책에서 바라는 바는.

올림픽 끝나면 패럴림픽이 열린다. 문화예술 분야로 ‘패럴아트’도 4년에 한번씩 했으면 한다. 클래식의 경우는 발달·지적장애인의 실력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40년 전 시작한 베데스다현악4중주가 황무지 같은 곳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장애인이 무슨 음악을 하느냐 하고 오디션도 거부당했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립장애인오케스트라를 만들었으면 한다. 구립오케스트라, 민간오케스트라 다 있지 않나. 장애인들도 음악인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서 문화예술로 남북이 하나가 되는데 장애인들이 기여하고 싶다. 남북교류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비장애인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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