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불법촬영 성편파수사 규탄시위’

붉은 옷 입은 여성들 3개 차선 600m 채워

 

[여성신문] “과격함이라는 수식어는 이 자리 여성들의 것이 아니다. 편파판결을 죄책감 없이 행하는 사법부와 불법촬영 남성들의 것이다. 우리를 보고 과격하다고 하지 말라.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외침을 단편적인 시각으로 왜곡하지 말라.”

불법촬영과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분노와 절규가 다섯번째 대규모 시위로 또 다시 분출됐다.

‘불편한 용기’가 주최하는 ‘불법촬영 성편파수사 규탄시위’ 5차 집회가 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진행됐다. 불법촬영 범죄와 이를 사실상 규제하지 못하는 공권력과 남성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온 사법부를 비판하기 위해 지난 5월 1차 시위가 시작된 이후 매달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지만 예고대로 집회가 개최됐고 주최측 추산 6만명의 여성이 전국에서 운집했다. 집회 시작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여성들은 혜화역 1번출구부터 서울대병원을 넘어 600m넘는 3개 차선을 가득 채웠다. 이들 상당수가 20대 전후반의 여성으로 붉은색 옷이나 모자를 착용해 하나의 붉은 물결을 이뤘다.

집회 진행자는 그 동안의 집회가 과격하거나 성대결을 조장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남성들의 반응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히려 남성들이 여성들을 대하는 행태가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인터넷 커뮤니티를 예를 들며 그들이 성대결을 조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터넷 남성 커뮤니티인 ‘도탁스’의 ‘엄빠주의게시판’의 경우 여성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의 사진이 무차별적으로 게시되고 있고 몸매를 품평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또 ‘이종격투기’ 카페에는 여중생과의 성관계 인증 게시물이 올라오는 일도 벌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속어와 은어들이 흔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집회가 남성을 비난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가해를 저지르는 남성들과, 편파판결을 해서 남성에게 부당한 혜택을 주는 사회부터 비판해야 한다”면서 “편파판결, 불법촬영을 그만두면 우리도 이 집회 계속할 필요 없다. 이 집회가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불법촬영 편파수사 해결되는 날까지 거리에 모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에 남성들에게 으스러지는 여성들이 있다. 지금까지 왜 대한민국은 과격하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를 허황된 원한에 사무친 여성의 한풀이로 왜곡하고 매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사법부는 남성이 가해지인 경우 범죄자 개인의 일탈이라며 판결 내리나. 폭력 앞에 죽어간 여성이 있음에도 남성 가해자의 편에 서는가”라며 여성들의 피해에 무감각한 사회를 향해 울분을 토했다.

주최측은 참석자들에게 남성 국회의원의 휴대폰으로 항의 문자를 보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을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위원 등의 휴대폰 번호가 참가자들에게 공개됐다. 문자 내용은 “편파판결 편파수사 방지, 불법촬영을 비롯한 여성 혐오범죄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조항을 제정하라, 국가는 대한민국 절반인 여성의 분노에 대답하라”이다.

주최측과 참가자들은 시위대들에 대한 촬영과 취재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들은 “불법촬영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시위에서 불법촬영을 한다”면서 “찍지마, 찍지마, 찍지마!” 구호를 외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 이날 4시 30분 경에는 한 남성이 무대 위 진행팀에게 비비탄 총을 쏘는 일이 벌어졌고 경찰에 잡혔다고 주최측은 전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