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생리대는 여성 건강권”… 서울시, 공공생리대 시범 사업
“무료 생리대는 여성 건강권”… 서울시, 공공생리대 시범 사업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10.05 11:11
  • 수정 2018-10-10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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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 등 10개소 자판기 설치

운영결과 분석해 내년 사업 확대

뉴욕·스코틀랜드 등 세계적 움직임

 

서울 지여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치된 공공생리대 자판기를 사용하는 모습. ⓒ서울시
서울 지여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치된 공공생리대 자판기를 사용하는 모습. ⓒ서울시

뉴욕과 스코틀랜드에 이어 서울에서도 ‘공공생리대’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여성의 건강권을 높이고 일상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서울시의 시도다.

서울시는 오는 8일부터 공공시설 화장실 10곳에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를 비치하는 시범사업을 첫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공생리대 자판기가 비치되는 곳은 △광진청소년수련관 △구로청소년수련관 △서울도서관 △서울시립과학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북서울미술관 △서울여성플라자 △중부여성발전센터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이다.

 

서울시가 비치한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 ⓒ서울시
서울시가 비치한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 ⓒ서울시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는 ①레버를 돌리면 생리대가 나오는 무료 자판기와 ②안내데스크에 비치된 코인을 가져가서 투입구에 넣고 레버를 돌려 생리대가 나오도록 하는 무료 코인자판기 두 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남용 가능성에 대한 보완책으로 자판기 유형은 각 운영 기관에서 결정했다.

각각의 방법은 자판기 표면에 기재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고, 코인자판기의 경우, 안내데스크에서 코인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코인함을 비치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 공포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는 여성의 성건강을 위해 보건위생에 필수적인 물품을 지원할 수 있으며 긴급한 경우를 대비해 공공시설 등에 비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뉴욕시 공립학교에 비치된 무료 생리대 자판기
미국 뉴욕시 공립학교에 비치된 무료 생리대 자판기

‘공공기관 화장실 비상용 생리대 비치’는 그동안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사안이다. 미국 뉴욕시의 ‘무료 탐폰 도시 선언’ 등 국제동향에 따라 공공 생리대에 대해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2016년 일부 저소득층 10대 여성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은 ‘깔창 생리대’ 사건이 알려지면서 생리대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같은 해 뉴욕에서는 공립학교 800여개에 무료 탐폰자판기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해오고 있다. 초기비용 370만달러(한화 약 39억)을 투입했고 이후 연간 19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는 레스토랑, 정부기관 등에 여성용품을 무료로 비치하는 법안이 뉴욕주의회에 상정된 바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전국의 모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생리용품을 비치하기로 하고 지난 9월 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예대 광고학과 학생들이 지난해 영등포역(코레일)에 노숙인을 위한 나눔생리대함을 설치해 노숙인 뿐 아니라 급하게 필요한 시민들도 사용하고 다시 채워넣는 등의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여성단체에서 생리대가 필요한 사람 누구나 자유롭게 쓰고, 원하는 사람은 채워놓도록 하는 ‘공공월경대 프로젝트’를 한시적으로 실행했다. 도봉구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지난 9월 지하철 창동역에 무료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했다.

공공생리대 제도는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6월 시민의견을 수렴한 결과 92%(1350건)가 ‘공공기관에 무료생리대 자판기 설치에 대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3.8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공공기관에 무료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해달라는 시민제안을 받은 이후 서울시는 온라인 토론장인 ‘민주주의 서울’을 6~7월까지 한 달간 운영해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토론장에는 1475명이 참여해 찬성 1350명(92%), 반대 109명(7%), 기타 16명(1%)의 의견을 냈다.

92%의 찬성 의견은 ‘생리대를 준비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데 꼭 필요한 사업이다’, ‘생리대는 생활필수품이며 인권에 관한 문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생리현상을 위생적으로 해결하는 곳이 화장실이라면 휴지처럼 생리대도 비치되어야 한다’, ‘이 사업으로 인해 월경을 숨겨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를 바란다’ 등 다양했다.

비상용 무료생리대 비치를 찬성하는 시민들 중에서도 남용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이 많이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와 여성들은 본인이 평소에 쓰는 생리대가 있기 때문에 비상시 외에는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비상용 생리대자판기 홍보 포스터 ⓒ서울시
비상용 생리대자판기 홍보 포스터 ⓒ서울시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위해 자판기와 생리대, 코인, 포스터 등을 기관에 제공하고 기관 협조를 통해 일일 생리대 소요량과 이용에 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해 연말에 운영 결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비상용 생리대 비치문화 확산을 위한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연말에 배포하기로 했다.

비치되는 생리대는 식약처에서 무해하다고 판정한 제품 중 무향제품으로 판매 상위 3사의 제품이다. 자판기 운영에 관한 불편사항 등 시민 의견을 각 기관을 통해 들을 예정이다.

시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 분석과 예산 확보를 통해 내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시민 이용 시설에서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윤희천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이번 공공시설 화장실 비상용 생리대 비치는 긴급한 경우를 대비한 지원 방식으로서 세계적으로도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생리대를 지원하는 예는 드문 일”이라며 “서울시는 여성의 건강권을 증진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기 위해 연말까지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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