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여성신문은 송년을 맞아 한 해 동안 좋은 일과 궂은 일로 언론에 소개된 여성들에게 편지를 띄우는 이벤트‘그녀에게 전해주오’www.womennews.co.kr를 지난 7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성취를 이룬 여성에서부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언론과 대중의 무차별 포화를 받은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같은 여성이라는 연대감으로 자신의 진심을 담아 편지를 올려준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독자들의 편지 가운데 10편을 채택, 여성신문 6개월 정기구독권과 도서출판 여성신문의 도서를 선물할 예정이다. 1차로 채택된 편지들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연말까지 여성신문 홈페이지에서 계속될 ‘그녀에게 전해주오’ 이벤트에 많은 독자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

@31.jpg

여성신문 독자들이 자매들에게 띄우는 편지

# 위안부 할머니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의 직장여성이랍니다.

얼마전 위안부 할머니들이 등장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접한 후부터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관련 보도들을 “나하고는 별 상관없는 일”쯤으로 넘겨버린 기억이 떠올라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할머니의 일일 수도 있는 것인데 무심함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제 할머니는 정신대에 끌려갈까 두려워 소녀시절 집안에서 서둘러 제 할아버지와 결혼을 시키셨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공부를 하시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당신의 꿈을 접고 제 아버지와 삼촌들을 낳아 키우는 생활만 이어지게 되었지요.

언젠가 정대협 대표이신 윤정옥선생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의 동년배 여성들이 위안부로 끌려갔고, 다행히 난 피할 수 있었지만 그 때 그 여성들의 삶이 평생 내게 무거운 숙제로 남아 이렇게 활동하게 되었다”는 요지의…

이제서야 저는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 제가 그 나이의 소녀였다면, 더구나 우리 집이 가난하여 제 한입이라도 덜고 돈까지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면, 또는 힘이 없어 억지로 끌려가야 했다면…저라고 쉽게 그 그물을 벗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할머니들이 살아 계셔서 증언하시고,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활동가들이 계셔서 이나마 널리 알려지고 이번 국제민간법정의 헤이그판결까지 이끌어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들, 제발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일본측의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쉽게 포기하지 마셔요. 맛난 것, 좋은 것 다 느끼셔야 하고 좋은 세상도 보셔야지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저희같은 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이 조금이라도 덜 춥게 덜 슬프게 해드려야 하는데… 직접 뛰어들어 할머니들의 수발을 들어드리거나 활동을 할 순 없는 처지이지만 언제나 할머니들을 위해 제 힘닿는 한 무엇이든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제 다짐만 우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한 20대 젊은이로부터 iseeso@hanmai.net

# 그대 새움터, 눈물로 씨를 뿌리는 사람들

올해 성매매방지법이 국회에 상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또 한번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여성폭력과 차별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하나하나 만들어 갈 때마다 그 제도를 시행하기까지 수 많은 피해여성들이 죽어가고, 죽음을 무릅쓰고 생사를 걸고 싸우면서 투쟁을 하죠. 또 여성활동가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수 없으리라 봅니다.

더군다나 여성에 대한 순결 이데올로기는 여성을 한 인간으로 보기보다는 남성들의 노리개로 전락시키고 말지요. 특히 기지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말로 표현할수 없을 겁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성매매방지법을 만들어 국회에 상정하기까지 현장에서 수고하고 고생한 활동가들과 언니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새움터! 저는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이 났을 때 그 현장에 있었고, 그 화재 현장도 여러번 갔었습니다. 그때 새움터의 실무자들을 만났습니다. 성매매의 고리를 끊고 성매매여성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웠습니다.

먼곳 서울, 경기에서 군산까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또 그 재판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저를 비롯한 지역 여성활동가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현장의 작은 이야기들도 다 귀담아 듣고, 밤새 자료를 정리하고 뜬눈으로 새운 채 군산으로 달려와서는 또 다시 문제의 고리를 풀어나가는…

적잖은 시민사회단체가 현장성을 잃어가고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무실 중심의 일에만 매달려 있을 때 성매매 여성들의 현장을 누비고 그 여성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이 너무 너무 대단해 보였습니다.

아니 내 몫까지 새움터가 대신 하는 것 같아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그러면서도 아무 힘도 보태고 있지 않은 제가 부끄러울 뿐 입니다.

다들 몸은 건강하신지요? 많은 분들의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소식을 오래 전 들은 듯 합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먼저 건강을 돌보시라고 감히 충고하고 싶습니다. 새움터 식구들이 아프기까지 하면 제 마음이 너무 아플것 같습니다.

올 한해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새해엔 쉬고 싶은 사람들 쉼을 얻고, 슬픔과 아픔에 잠겨 있는 자들 새 소망을 갖기를 기도합니다.

2001년 12월 13일 조선희 adamajo@hanmail.net

# 공선옥씨의 따스한 마음이 작품 속에서 꽃피길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동인문학상의 추천을 거부한 공선옥씨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여성민중의 시각에서, 여성민중의 삶을 오롯이 재현해 내는 데 탁월한 역량이 있는 당신이 조선일보에서 주는 동인문학상의 추천작가로 등장하는 걸 거부했다는 소식에 우선은 안타까움이 앞섰습니다. 당신이 아이 셋을 데리고 혼자 몸으로 생활을 꾸려나간다는 소식, 그런 가운데 창작활동을 해야 하는 신산함을 여러 통로를 통해 전해들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좀 타협을 해서 생활이라도 편해지면 작품을 더 활발히 쓸 게 아닌가…이런 짧은 소견에서 말이지요. 그러나 이런 권유는 당신에게 모욕이 될 수도 있음을 여성신문 인터뷰를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철저히 땅에 발을 딛고 ‘낮은 곳’의 이야기를 하는 당신이 그 어떤 유혹에도 쉽게 무릎꿇지 않으리란 것을 저는 믿습니다. 당신이 여러 곤고함 가운데서 맑은 눈으로 한땀한땀 떠내는 소설은 돈과 지식과 명예 등 어떤 권력을 지닌 이라도 허위의식의 너울을 벗고 벌거숭이가 되도록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여기에 더해 공선옥이란 작가는 자신의 약점조차 객관화해 독자들에게 고백할 수 있는 진실을 가 진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당신이 한 이 말 때문입니다.

“기자와의 안면과 원고료(원고지 5매에 50만원)에 넘어갔다. 물론 조선일보의 정체성을 깊이 생각 못한 탓도 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조선일보에서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진 나의 기호를 이용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난 이 일 이후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또한 더 이상 조선일보에서 주관하는 행사엔 5천만원, 5억원을 주어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권력의 우산 속에 들어가면 편안하지만 춥고 배고프더라도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겠다.”

어떤 작가가 이렇게 솔직하게 “원고료에 넘어갔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힘든 생활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말에 아마 목이 메었을런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선옥은 지사인가?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우직한 거야?… 좀 내숭을 떨고 우아한 척이라도 해보지. 이런 생각을 한 이도 있겠지요. 그러나 난 그런 당신의 저력을 믿습니다.

가난 때문에 풍상을 겪다가 지식인 남편을 만나 편안하게 사나 했더니 똑똑한 인텔리 남편과 너무 ‘격차가 벌어져서’ 결국은 혼자 된 채 제 새끼 뿐 아니라 남의 새끼까지 오지랍넓게 거두는 <수수밭으로 오세요>의 필순이…이런 필순이들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으며 속으로 울지 않는 그런 세상을 생각합니다.

소설가 공선옥은 ‘에미 마음’을 얘기했더군요. 필순이들의 에미마음이 존중받고 그 안쓰러운 새끼들이 춥고 배고파 울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가까워지도록 당신의 올곧고 정직하고 따스한 마음이 작품 속에서 활짝 꽃피길 기원하겠습니다.

-독자

# 황수정씨에게

문득 당신을 생각하니 세상이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약이니 히로뽕이니… 이런 것에 대한 규제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게 언제부터 사생활까지 모두 까발려도 되는 통로가 되었는지 당신을 보면서 궁금해 지더군요.

저는 평소에 당신을 무척 좋아했어요. 참 단아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아팠어요.

그치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약을 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일로 지금 힘든 당신도 모두 그냥 사람일 뿐인데 일부 계층들은 너무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해요.

동거니 어쩌니 하는 다른 곁가지들이 또 다른 화제로 나오고 당신의 이미지를 더 나쁘게 하는 것이 마음 아플 뿐이에요. 마녀재판을 연상케 하는 당신의 안티사이트에 들어가서 난 그냥 웃기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사람 무너지는 거 한 순간이군 싶었어요.

왜 조금만 더 자신을 다스리지 못했냐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을 거 같아요.

당신이 마약을 했든 안 했든 죄를 따져 물을 만큼의 잘못이 없다해도 당신에게도 문제가 있으니 그런 말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남의 궂은 일을 너무 즐기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