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포럼 - 공부의 모든 것]

민경우 수학교육연구소 소장 

에듀테크포럼 회원사들이 돌아 가며 재능기부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다양한 교육 현장의 경험들을 기반으로 독자들께 도움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 주>

‘교과목’ 수학을 대하는 자세

수학이라는 학문은 천재들의 세계이다. 뉴턴은 20대 초반에 만유인력과 미적분을 만들었고 아인슈타인은 26세이 상대성이론을 통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수학의 역사는 비범한 예지와 천재적인 직관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덕분에 수학이라는 학문에는 매니아들이 많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으로서의 수학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포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수학이라는 교과목은 많은 사람들에게 괴로움이다.

‘마타하리’라는 전설적인 여성 스파이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활용하여 적군의 기밀을 입수했고, 그 기밀들을 특이한 방법으로 의심을 안 받고 본국에 전송했다. 마타하리는 악보에 암호를 저장하여 보냈다. 누구도 악보에 암호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못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악보에 암호가 있다는 사실이지 암호 그 자체가 아니다. 

교과목으로서의 수학은 악보에 암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암호를 풀라는 문제에 가깝다. 학생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가 별로 없다. 점수 하나로 등수와 등급이 갈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도를 할 여유도 없다. 문제를 푸는 방식은 “유형 문제”라는 것에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모든 유형을 담았다고 자랑하는 참고서들이 대부분이다. 유형 문제들을 다 정리했다는 것은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지는 내가 알려 줄 테니 문제만 열심히 풀라는 뜻이다. 그래서 교과목으로서의 수학은 마치 암기과목처럼 변해 가고 있다. 

유형별 수학 문제에 변별력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중간단계가 늘어났다. 마타하리에 비유하자면 악보에 암호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만, 그 암호에 잠금 장치를 이중삼중으로 걸어 놓은 것이다. 

사실 지금 학생들이 푸는 교과목으로서의 수학은 이미 기계가 하고 있다. 우리는 345 곱하기 242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계산기를 사용한다. 이 곱셈을 손으로 게산하지 못한다고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중고등 학교 교과목 수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애써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학문으로서의 수학에는 창의성이 핵심이다. 마타하리처럼, 암호를 악보에 담아서 보내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수학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키우는 교과목으로 전환돼야 한다.

 

‘수포자’ 만들지 않으려면

그럼 지금처럼 유형문제에 기반해서 문제를 푸는 기능적인 수학은 불필요할까? 그 역시 필요하다. 씨름에서 업어치기를 하려면, 상대방을 넘기는 고난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본 체력이 받쳐 주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과목으로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기본 체력에 해당한다.

수학에 필요한 창의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는 매니아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교과목으로서의 수학 공부에서 수포자를 도와 주기 위해서는, 수학의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행 수학 교과목은,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아이큐 테스트라기보다는 운전면허 시험에 가까운 시험이다. 아이큐 테스트는 열심히 공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선천적인 잠재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전 면허 시험은 한 번이라도 더 많이 해 본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교과목으로서의 수학이 그러하다.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준비할 때, 우리는 자동차의 역사나 동력장치의 원리에 대해 공부하지는 않는다. 그냥 문제집 한 권을 사서 답안을 체크하고는 빠르게 섭렵한다.

그렇다면, 수포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좀더 쉽고 편하게 수학에 접근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다 걷어 내고 진짜 필요한 것만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현행 교과 수학과 그 수업방식을 혁신적으로 재편할 방법은 무엇일까?

 

©한솔수북
©한솔수북

이번 시리즈를 통해 이런 혁신적인 수학공부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민경우

사회 운동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수학을 가르치다 7년 전부터 전업 수학 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민경우 수학교육연구소” 소장으로 현재는 “수학교과내용을 재구성하고, 1:1 대면 영상 공부법을 도입하는” 혁신적 교육 모델을 (주)세종이노베이션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수포자 탈출 실전보고서’, ‘산업수학, 인공지능과 수’, ‘암호와 소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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