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실록』(황인희 / 유아이북스 / 1만5000원)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병합된

13년 비운의 역사 보여줘

 

황인희 / 유아이북스 / 1만5000원
황인희 / 유아이북스 / 1만5000원

『대한제국 실록』은 한반도를 노린 제국주의의 거친 파도 앞에서 독립된 나라로 생존하려 애쓴 대한제국 13년의 역사를 담았다. 저자 황인희는 『궁궐, 그날의 역사』, 『우리 역사 속 망국 이야기』 등을 쓴 역사저술가로, 이 책은 『고종황제실록』과 『순종황제실록』에서 주요 대목들을 뽑아 당대를 이해하는 길잡이로 삼는다.

대한제국 역사는 1897년 시작되어 1910년으로 끝난다. 일본 낭인들의 칼에 왕비를 잃은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에 1년 간 피해있다 근대적 독립국가로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했다. 대한제국 시절은 근대화의 역사임과 동시에 비운의 역사다. 당시 일본에도 없던 전차가 서울을 달리고, 지폐 발행을 위한 중앙은행이 들어섰으며, 전기․전신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일의정서, 한일신협약 등 각종 조약으로 주권을 빼앗기다 1910년 일본에 강제 병합되어 황제의 칭호를 잃는다. 열강의 각축 속 대한제국이 걸었던 13년은 비운의 역사인 동시에 현재의 관점에서 외면할 수 없는 역사다.

『대한제국 실록』은 대한제국의 역사를 『고종황제실록』과 『순종황제실록』을 통해 보여준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 간의 기록을 말한다. 『고종황제실록』과 『순종황제실록』은 편찬 과정 중 일본인이 감수를 하는 등 일제의 손길이 닿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실록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왕이 내린 교지며, 신하와의 대화, 각국과 맺은 여러 약정 등 구한말 시대의 여러 자료가 풍부해 마냥 배제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실제로 대한제국의 조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국의 선비와 일반 백성들로부터 어떤 상소와 의견이 궁으로 전달되었는지, 생생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대한제국 실록』이 『조선왕조실록』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았던 대한제국 시절의 역사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그 세월이 잃어버린 시간이 되는 것을 막는 데에 일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종 33년(1896) 2월 11일 고종과 왕태자는 대정동의 러시아 공사관으로, 왕태후와 왕태자비는 경운궁에 이어하였다. 이 날 임금은 “8월의 변고(을미사변)는 만고에 없었던 것이니, 차마 말할 수 있겠는가? 역적들이 명령을 잡아 쥐고 제멋대로 위조하였으며 왕후가 붕서하였는데도 석 달 동안이나 조칙을 반포하지 못하게 막았으니, 고금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어쩌다가 다행히 천벌이 내려 우두머리가 처단당한 결과 나라의 예법이 겨우 거행되고 나라의 체면이 조금 서게 되었다. 생각하면 뼈가 오싹하고 말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 사나운 돼지가 날치고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얼게 된다는 경계를 갑절 더해야 할 것이다. 모든 신하와 백성은 이 명령 내용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을미년(1895) 8월 22일과 10월 10일의 조칙(민씨의 폐서인과 위호 회복 관련)은 모두 역적 무리가 속여 위조한 것이니 다 취소하라”고 조칙을 내렸다. (237-238쪽 ‘아관파천’ 발췌)

저자 황인희는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으며 월간 샘터 편집장 등을 지냈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 역사를 대중에 널리 알리는 책을 써오고 있으며, 2010년 조선 왕릉을 소개한 글로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역사가 보이는 조선 왕릉 기행』,  『고시조 우리 역사의 돋보기』,  『잘! 생겼다 대한민국』,  『궁궐, 그날의 역사』, 『우리 역사 속 망국 이야기』,  『펭귄쌤과 함께 떠나는 우리 근현대사 여행』 등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을 쓰고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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