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높은 투표율의 숨은 그림 찾기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높은 투표율의 숨은 그림 찾기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8.10.03 17:32
  • 수정 2018-10-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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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기간 마음 바뀌면

재투표 가능한 ‘후회투표’

거동 불편한 장애인 위한

대리투표도 활성화

 

 

선거 1주일 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400Km 떨어진 칼마르. 저녁 6시 30분에 투표소로 향했다. 시립도시관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는 늦은 시각에도 10명 정도의 투표자가 줄을 서 있었다. 투표소 선거관리요원의 안내를 받고 정당명부 투표용지 3장을 골랐다. 국회, 광역의회, 그리고 기초의회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투표를 일찌감치 마쳤기에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향한다.

선거 이틀 전 금요일 저녁 정당 당수들의 마지막 선거토론회가 열띠게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투표를 마친 터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사전투표 때와 다른 정당에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사전투표를 해 버렸으니 이미 물은 엎질러지고 만 것이 아닌가? 하지만 투표를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투표 당일 아침 8시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나의 선거인명부가 비치돼 있는 집 근처 투표소로 향했다. 선거인명부와 신분증을 대조해 명부에 기재돼 있던 사전투표번호로 밀봉된 대봉투를 찾아내 투표소 관리요원이 건넨다. 열어 보니 3장의 투표용지가 각각 작은 봉투에 밀봉돼 있었다. 사전투표소에서 미리 정리해 선거인명부의 주소지 선거관리소에 보내 온 것이었다. 선거관리요원 앞에서 기존의 세 장을 모두 파기하고 투표용지를 새로 받아 재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스웨덴 국회의원 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87.2%에 이른다. 이렇게 높은 투표율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사전투표 기간이 3주 동안 주어지고 전국 어디서나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전선거 기간이 길어 후회투표제로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이채롭다. 재외국민들은 사전에 투표용지를 받아 해외에서 국제우편으로 투표일 전까지 주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거나, 등록된 해외공관에서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도 지역선거관리소에 요청하면 직접 이동투표소가 찾아가 투표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2014년 정부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의 기준에 해당되는 유권자는 16%로 이들의 투표율은 85%에 이르러 전국 유권자들과 비교했을 때 2.2%포인트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증인 2인이 확인해 주면 대리투표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동투표소에서 가족이 대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스웨덴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 출신 유권자를 위해 세계 30개 언어로 된 선거정보책자가 제작돼 선거전에 배포된다. 인구의 19%가 이민자 출신이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쓴 스웨덴어 책자도 제작돼 원하는 이민자들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미래유권자 연습을 위해 학교에서 모의투표를 실시한다. 각 정당 청년대표들이 학생회를 통해 선거참가를 신청한 학교에 찾아가 각 정당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교육정책, 그리고 학교정책에 대해 설명해 투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13세부터 17세 중·고등학생들이 선거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모의투표 경험은 처음으로 유권자가 되었을 때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5.3%에 해당하는 38만명의 18~21세 투표율은 88%로 전체 투표율보다 높다.

9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에 숨겨져 있는 그림은 참 많다. 낮은 투표율은 민주주의 건강성에 대한 경고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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