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경제 악화라는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통상 추석이 끝나면 정치권은 민심을 파악하느라고 분주하다. 특히, 이번 추석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최대의 화제로 부각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성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상승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6․13 지방선거 이후 30%포인트(p)까지 추락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11%p 상승했다. 이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의 상승세(10%p)보다 높은 수치다. 추석 이후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소폭 상승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추석 직전 8.8%p 오른 61.9%였다. 추석 직후 조사(9월27~29일)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65.3%)는 3.4%p 상승했다.

 

그렇다면 급상승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속될 것인가? 그 대답은 유보적이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60대 이상 16%p, 자영업자 16%p, PK 지역 19%p 등 정부 비우호 계층에서 전국 평균(11%p)보다 훨씬 높게 지지율이 상승했다. 지지율 상승 요인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20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4%p)했다. 10%대에 이르는 청년 실업율이 해소되지 않고 9․19 평양 선언 이행을 위해 추진 중인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에 수십조원의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젊은 세대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고용참사, 소득 양극화 심화, 투자 부진’이라는 경제 3대 쇼크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정부로서는 큰 악재다.

올해 1~8월 월평균 실업자가 113만명으로, 1999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고, 실업급여 지급액도 역대 최대급인 4조5000억원을 넘었다. 국내 설비투자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7년 9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20여년에 만에 가장 긴 기록이다. 임금 상승과 각종 규제에 묶여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해외로 떠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투자가 계속 부진하다 보면 고용 증대에도 문제가 생기고,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여하튼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제기됐다.

문제는 경제가 나빠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이 사회적 약자와 여성들이다. 분명,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에는 희망(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두려움(경제 악화)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종용된 TV 드라마가 화제다. 구한말 항일 의병들의 뜨거운 투쟁과 사랑을 그린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선 여자 주인공이 과거와 같은 신데렐라형에서 벗어나 의병장에 오르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능동적이고 주체성이 강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뜨거운 화제성과 높은 시청률(18.1%)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종영 이후에도 콘텐츠 영향력 지수는 물론, 화제 되는 프로그램과 관심 높은 프로그램에서도 1위에 올랐다. 김 작가는 주옥같은 대사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중에서 젠더 폴리틱스의 관점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기 전 죽음을 예고하면서 의병 대장 황은산(김갑수 역)이 읊은 대사다.

“화려한 날들만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질것도 알고 이런 무기로 오래 못 버틸 것도 알지만 우린 싸워야지. 싸워서 알려 줘야지. 우리가 여기에 있었고 두려웠으나 끝까지 싸웠다”.

드라마 마지막회에 주인공 고애신(김태리역)이 던진 대사도 압권이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이와 같은 큰 감동과 여운의 대사를 접하면서 불법 촬영, 편파수사, 편파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6일 5차 혜화역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분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들이 남성과 함께 참여해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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