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유일한 24시간 인가보육시설인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어린이집)의 원장과 교사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도쿄의 유일한 24시간 인가보육시설인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어린이집)의 원장과 교사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미혼모는 ‘시민’이다-끝] 

·일 미혼모 정책 비교

한국은 입소시설 중심

민간 주도 자조 모임 활발

일본은 보편적 복지제도 기반에

‘모(부)자가정 취업지원 특별법’도

‘원스톱 통합 서비스’ 필요

보호 넘어 자립 지원 강화돼야

미혼모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아이에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당당한 시민이다. 결혼을 했든 안했든, 아이를 키우는 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등시민이다.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문제가 있는 여자’ ‘인생 망친 여자’라는 편견 속에서 차별을 경험하는가 하면 ‘정상가족’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과 제도로 인해 행복을 누릴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여성신문은 이들이 공동체 속에서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는 ‘시민됨’을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지난 7월부터 한국과 일본의 미혼모 당사자, 시설 관계자, 공공기관 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양국 모두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시스템 기반 위에 출산 전후 산모에 대한 모성보호, 주거, 일자리, 양육 지원 등이 소득과 수준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원한다. 한국의 경우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 지원 정책이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내년도에 저소득한부모와 청소년한부모의 아동양육비를 대폭 상향키로 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기존의 취업 한부모를 포함해 입소시설에 거주하는 한부모에게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같은 미혼모 정책은 거시적으로 2000년대 초반 미혼모 지원이 강화되면서 미혼모 입소시설을 강화하고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으로 양육한부모에 대한 공적 지원의 틀을 체계화하고, 2011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이 아닌 직접 양육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온 흐름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의 경우 자립 지원의 측면에서 양육미혼모에 대한 지원 정책은 취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점을 주요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 취업과 일자리

미혼모의 취·창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정책으로 크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활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등이 있으나 양육미혼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이마저도 청소년미혼모 및 5세 미만 자녀를 둔 미혼모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책 대상의 폭이 좁다.

일본의 경우 ‘모자가정의 모 및 부자가정의 부의 취업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한부모의 취업을 적극 지원한다. 도도부현마다 설치돼있는 복지사무소의 모자자립지원인이 한부모 가정이나 이혼을 앞둔 이들의 일자리와 취업교육, 자격증 취득 관련 상담을 제공한다. 한부모 중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헬로워크(정부 일자리센터)에서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소개해준다. 다만, 교육을 마치고 자격증을 따면 반드시 수입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원이 제한된다. 일본 보육지원에 있어 우선순위는 일하는 사람이다.

● 임신·출산 보호

한국에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의 양육 및 자립 지원을 위해 입소해서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 전국에 125개소 있다. 이중 임신하거나 출산 후 6개월 미만 입소가능한 기본생활지원시설 20개소와 3세 미만의 영유아를 양육하는 공동생활지원시설 40개소 등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은 62개소다.

일본에는 임신·출산 미혼모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 정책이 사실상 없어서 임신·출산 미혼모 보호시설 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보육시설과 보건소 등 보편적 복지 서비스 체계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는 편이다. 또한, 각각의 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개별 기관이 있다. 미혼모 상담소 ‘후쿠오카 너스 센터(nurse center)’의 경우, 전화 한 통이면 미혼모들의 현재 고민에 맞게 가장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즉, 미혼모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원스톱 통합 서비스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 주거 지원

한국은 ‘한부모가족 매입임대주택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혜택은 제한적이다. 또 저소득 무주택 한부모 중 미혼모를 우선 지원대상으로 전국에 145호를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과 협력해 국민임대, 다가구매입임대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정책 대상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국가유공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포괄하고 있고,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기 때문에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다. 또 적지 않은 미혼모가 임대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도 공영주택을 추첨받는데 우선순위에 저소득층과 한부모가 포함된다. 저소득 한부모가족이 생활보호제도를 통해 받는 주택급여의 경우 오사카의 경우 4만엔, 도쿄에서는 5만5천엔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 외에 다양한 수당을 합하면 20만엔 가량이 되며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편이다.

 

일본 후쿠오카시의 위탁으로 운영되는 미혼모 상담소 ‘후쿠오카 너스 센터(nurse center)’ ⓒ일본 후쿠오카=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일본 후쿠오카시의 위탁으로 운영되는 미혼모 상담소 ‘후쿠오카 너스 센터(nurse center)’ ⓒ일본 후쿠오카=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양육 지원

포괄적 정책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한부모가족은 소득이 148만원(중위소득 52%) 이하일 경우 수급자격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원가족과 법적인 분리가 되지 않는 한 수급자격을 취득하기 어렵다. 저소득한부모의 자녀양육비 지원금 내년에는 20만원으로 인상되고 아동 연령 기준도 현재 만 14세에서 18세로 상향된다. 청소년한부모 양육비는 18만원에서 35만원으로 인상된다.

일본의 보육시설은 전국 인가 야간보육원이 80여개, 비인가 야간보육원은 1500여개 이상이다. 인가 야간보육원은 입소 경쟁률이 높지만 일하는 한부모가족의 아이라면 우선순위로 입소할 수 있다. 일본 보육지원우선 순위는 일하는 사람이 우선이다. 한부모도 우선순위가 높긴 하지만, 일하는 한부모여야만 우선순위가 높다. 일본의 보육시설에서는 개인정보보호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입학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보육원은 직접적으로 아이의 가족 구성이나 재정 상태에 대해 파악할 수가 없다.

일본의 아동부양수당은 아동부양수당법에 따라 한부모가정이 된 경우 아동복지를 위해 지급된다.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되며 전액 지원받는 경우 2016년 기준 월 42330엔(41만원)이다.

 상담 서비스와 자조모임

국내에는 임신 위기 상담부터 자녀양육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시설로 미혼부모거점기관 1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미혼모 당사자들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미혼모 당사자 자조집단의 활동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기개발을 하고 사회활동의 기반을 마련한다. 미혼모단체 인트리가 운영하는 서울 대방동의 카페 인트리, 제주시에 위치한 미혼모시설 애서원이 마련한 카페 ‘돈 테일러 익스프레스’ 등은 취업 훈련을 넘어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기능도 한다. 이를 위한 민간 기업의 지원도 늘고 있다. 

일본은 미혼모 당사자 커뮤니티와 자조활동은 저조한 편이다. 미혼모를 위한 지원도 기업이나 민간단체보다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지원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생활 지원 안내 및 심리적 상담은 전국에 있는 한부모센터와 여성상담센터를 비롯해 ‘후쿠오카너스센터’와 같은 상담위탁사업을 하고 있는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단 상담센터를 통하면 필요한 지원에 대한 해당기관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복지와 상담서비스의 맞춤형 원스톱 지원에 대한 당사자들의 요구는 양국의 공통된 특징이다. 무엇보다 미혼모가 공동체 속에서 ‘시민’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호 대상으로 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자립 의지와 인권을 실현하려는 능동적 주체임을 전제하고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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