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변호사의 이러시면 안됩니다 -25

20대 초반의 A씨(남)와 B씨(여)는 연인관계였다. 연인으로 지내던 중 두 사람은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도 여러 차례 가진 바 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헤어졌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결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B씨는 A씨에게 연애 중의 성관계로 인해서 임신한 것 같다고 하면서 산부인과 병원에 함께 가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으니 A씨로서도 무척 겁이 났다. 그래서 A씨는 B씨가 원하는 대로 그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B씨의 행동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갔다. B씨는 어느 날부터인가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 아이를 임신한 일로 인해서 B씨 본인이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하며 A씨에게 손해배상금을 요구해 오기 시작했다. B씨의 부친이 과거에 경찰 공무원이었다고도 하면서 ‘그거 아느냐? 돈을 내놓지 않으면 너 같은 사람 하나 감방에 잡아 쳐넣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A씨에게 했다.

B씨는 그 이후, 임신사실 진단서라는 둥, 아이의 초음파사진이 담겨 있는 산모수첩이라는 둥 하면서 온갖 증빙자료를 카카오톡메시지 사진으로 끊임없이 보내오면서 돈을 요구해 왔다. 헤어진 지 두 달이 넘었을 무렵이 되자 갑작스레 B씨는, A씨가 B씨 본인을 유사강간한 적도 있었으니 고소해 버리겠다고 겁박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 손해배상 이야기를 줄기차게 해오면서도 강간 운운하는 내용은 일언반구 언급되었던 적도 없었다.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얼마나 당혹스러웠으랴 하는 생각에 A씨와 A씨의 부모도 처음에는 B씨가 요구하는 그대로 다 들어주려고 했단다. 하지만 어느 날 아무래도 미심쩍은 마음이 들게 된 A씨와 A씨의 부모는 더 이상 B씨로부터의 연락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B씨가 보내온 산모수첩 사진 속에는, 그 월령대의 태아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성장해 있는 아이가 찍혀 있었던 것이다. 강간 이야기는, 그동안 폭력적 또는 강압적으로 맺은 관계가 없었으니, 그저 한 번 과장 섞어 꺼냈던 이야기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했다. 그런데 연락을 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B씨가 A씨를 유사강간혐의로 고소하였으니 경찰서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반전! 변호인과 함께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알아보던 도중, A씨와 변호인은 B씨가 자신의 임신사실 진단서, 산모수첩이라고 하면서 A씨와 그 부모에게 제시했던 모든 자료가 전부 조작된 내용이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하나도 남김없이’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B씨에게 발급되었던 진단서 원본에는 “임신 소견”이 아니라 “임신 소견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런 ‘뽀샵!’ 게다가 산모수첩은 B씨와 B씨의 태아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또 하나의 사실! 이별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B씨는, 두 사람을 처음에 소개해 주었던 친구 C씨에게 끊임없이 먼저 카카오톡메시지를 보내며,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도 없던 우리 사이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지, A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 혹시 이렇게 된 건지, 나에 대한 A의 마음이 이미 식었는지 아니면 다시 돌아올 여지가 있는지’ 등을 집요하게 묻고 또 물었던 것. 이 메시지들은 B씨가 성폭력피해를 입었다던 바로 그 날 이후 불과 2~3일도 지나지 않은 때부터 반복됐던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사를 통해 사안의 진실은 낱낱이 밝혀졌고 A씨에게는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어떤가? 위의 사안이라면 특정인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을 늘어놓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가히 이 정도라면 무고죄로 처벌되더라도 더 할 말이 없지 않을까? 피해자 보호에 흠결이 있어서는 안 되듯이, 가해자라는 누명이 함부로 씌워지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거의 대부분 피해자의 진실한 문제제기가 맞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처럼 세상에는 악의적인 음해와 공격도 없지 않다.

실무상 불기소처분이 내려지게 될 때에는 무고죄 맞고소가 없더라도 담당검사는 그 고소인에게 무고의 혐의는 없는지를 함께 판단하게 된다. 여기서 다시 한 번의 대반전! 위 사건에서 고소인 B씨에게 무고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위와 같은 경우마저도 무고죄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고죄의 존재가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중대한 장애물인 것처럼 이해되는 일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법조계 외부의 우려와는 달리 법 실무상으로는 무고죄 인정과 형사처벌이 분별없이 남발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무고죄의 존재 그 자체가 문제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뜻 상식적으로만 봐도 무고죄 처벌이 필요할 것 같은 사례에서조차도 무고죄는 쉽게 인정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무고죄와 관련한 문제란 많은 사람들의 오해일 뿐일까? 필자는 그렇게도 생각하지 않는다. 무고죄로 인해서 피해자 보호에 곤란함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히 실재한다. 이는 해결되어 마땅한 문제가 맞다.

문제의 초점은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무고죄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그리고 선례상으로도 무고죄가 성립할 수 없는 때조차도 ‘일단 한 번 던져놓고 본다.’는 듯이 무고죄 고소를 남발하며 막무가내로 압박해 오는 피혐의자 측의 태도와 행동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본다.

무고죄에게는 ‘죄가 없다.’ 성폭력의 경우에는 무고죄 적용을 처음부터 배제해야 한다거나 또는 그에 유사한 여러 주장은 올바른 쟁점과 적절한 해법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한다. 피혐의자 측의 무분별한 준동을 실효적으로 억지해 내기 위한 방책의 모색이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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