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유시설 실태 조사

전국 17개 시도 3259곳 설치

10곳 중 6곳만 아빠 이용 가능

28.5%는 기저귀 교환대 없어

 

서울 강동구청이 세계 모유 수유주간(8월1~7일)을 맞아 천호역 만남의광장에서 연 모유수유 플래시몹에 참가한 여성들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강동구청이 세계 모유 수유주간(8월1~7일)을 맞아 천호역 만남의광장에서 연 모유수유 플래시몹에 참가한 여성들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수유시설은 총 3259곳에 이른다. 하지만 수유실 10곳 중 8곳은 하루 이용자가 10명이 채 안 되는 등 이용실적은 낮다. 문제는 정작 부모들이 설치를 원하는 곳에는 수유실이 없고, 시설이 마련돼 있어도 냉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5살, 생후 6개월 두 자녀를 키우는 김아현(37)씨에게 남편 없이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바깥 외출을 하는 것은 마음 먹어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별일’이다. 최근 어쩔 수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바깥에 나갔다가 답답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볼 일을 보고 둘째 수유 시간에 맞춰 지하철역 수유실을 찾았는데,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홍보한 수유시설검색 시스템(www.sooyusil.com)에 접속했는데, 지도에는 근처 수유실 위치만 표시돼 있을 뿐 수유실이 몇 층에 있는지, 어디 부근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구체적인 위치를 알기 위해선 홈페이지에 안내돼있는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물어야 했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http://www.seoulmetro.co.kr/kr/page.do?menuIdx=588)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유실이 있는 역과 대표 전화번호만 안내돼 있었다. 결국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위치를 듣고서야 물어물어 찾아갈 수 있었다. 김씨는 “수유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체감은 안된다. 접근성도 떨어지고 위생 관리도 믿음이 안가는게 현실”이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보건소를 통해 현재 설치·운영 중인 수유시설 3259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수유시설 82.3%(2682곳)가 하루 이용자가 10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소별로 살펴보면, 공공기관·공공청사에 설치된 수유실이 47.3%(1541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 이어 병원, 백화점 등 공중(다중)시설에 31.7%(1034곳), 교통시설 15.3%(500곳), 학교(교육기관)시설 2.6%(84곳), 민간기업 3.1%(100곳) 순이었다. 공공기관과 교통시설 이외에는 아직 수유실 설치가 미흡한 상황이다.

수유시설 93.5%(3048곳)는 내·외부인 모두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아빠도 이용 가능한 시설은 2057개소(63.1%)로 조사됐다. 나머지 1202개소(36.9%)는 아빠가 수유시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문구가 설치돼 있었다. 복지부는 ‘수유시설 관리기준 권고안’을 마련해 아빠들도 수유실에 출입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권고안에는 아빠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하거나 파티션, 커텐 등으로 공간을 구분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수유실 8곳 중 3곳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필요한 물품이 제대로 비치되지 않는 곳도 여럿이었다. 대부분의 수유실은 비품 가운데 소파·테이블(3137곳·96.2%)을 갖췄지만 기저귀 교환대는 2363곳(72.5%), 냉난방기·정수기는 2504곳(76.8%), 수유쿠션은 1659곳(51%)에만 비치돼 있었다. 조사대상 수유시설의 실내환경 중 조명은 2980개소(91.4%)가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나, 16개소(0.5%)는 미흡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내온도와 환기상태는 2875개소(88.2%)가 적정, 38개소(1.2%)는 미흡, 수유실내 바닥 등 오염관리는 2931개소(89.9%)가 적정, 27개소(0.8%)는 미흡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전국 수유시설 현황 및 실태조사를 계기로 수유시설 관리·운영실태의 정례적 보고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수유시설 관리기준 권고안이 지켜질 수 있도록 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수유시설검색 시스템(www.sooyusil.com)을 개설하고 수유시설 위치정보를 등록하여 이용자가 수유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손문금 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향후에는 수유시설 관리·운영실태의 정례적 보고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현장에서 수유시설 관리기준 권고안이 정착되고, 수유와 육아활동의 편의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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