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0월 11일 미국 의회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아니타 힐(왼쪽)이 토머스 클래런스 대법관 지명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는 모습. 
2018년 9월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크리스틴 포드 교수가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로부터 약 35년전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증언하기에 앞서 선서하는 모습. ⓒ뉴시스ㆍ여성신문
1991년 10월 11일 미국 의회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아니타 힐(왼쪽)이 토머스 클래런스 대법관 지명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는 모습. 2018년 9월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크리스틴 포드 교수가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로부터 약 35년전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증언하기에 앞서 선서하는 모습. ⓒ뉴시스ㆍ여성신문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지목

성폭력 피해자들 잇딴 실명 폭로

91년 토머스 대법관-아니타 힐 ‘판박이’

92년 여성 의회 입성 최다 ‘여성의 해’

여성들 분노, 11월 중간선거 최대 변수

[여성신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한 브렛 캐버노 후보자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미국 정가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특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토머스대법관 사건(아니타 힐 사건)으로 인해 1992년 여성이 역대 최다로 의회에 입성한 ‘여성의 해’의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7월 6일 캐버노 판사가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9월 16일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가 1982년 고교 시절 한 파티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음을 실명으로 폭로했고, 이어 23일에는 캐버노의 예일대 동문인 데보라 라미레즈가 대학 재학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포드 교수는 9월 27일 미 상원 법사위원회의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에 출석해 36년 전 고교 시절 캐버노가 자신에게 벌인 성폭력을 고발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미투’(#MeToo·나는 말한다) 운동 이후 처음으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사법부 최고위직에 대한 인준 절차였다.

청문회장에서 포드 교수는 미리 준비해 온 성명을 꺼내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두렵다. 하지만 나와 캐버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증언하는 일이 나의 시민적 의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왔다”고 밝혔다. 캐버노가 성폭행을 시도한 사람이 맞냐는 딕 더빈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100% 확신한다”고 했다. 이번 폭로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나는 독립적이며 누구의 하수인도 아니다. 캐버노가 내 삶을 망가뜨렸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서 섰다”고 말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26일(현지시간) 아니타 힐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아니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26일(현지시간) 아니타 힐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아니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뉴욕타임스는 어두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증언하는 포드의 행동을 ‘희생’으로 표현했다. 특히 지난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운동’의 폭발에 기여한 여성들은 포드의 편에 섰다.

포드 교수의 폭로 이후 대법관 인준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조사도 나왔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지난주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중 76%는 대법관의 인준이 중간선거에서 “무척 중요한 이슈”라고 답했다.

 

 

애니타 힐 브랜다이스대 교수가 2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애티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2018.09.27 ⓒ뉴시스ㆍ여성신문
애니타 힐 브랜다이스대 교수가 2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애티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2018.09.27 ⓒ뉴시스ㆍ여성신문

아니타 힐의 토머스 대법관 지명자 성추행 폭로 사건

캐버노의 성폭력 의혹은 1991년에 벌어진 아니타 힐이 토머스 연방대법관의 성추행을 폭로한 사건과 흡사하다. 아니타 힐 오클라호마대 법대 교수가 청문회장에 나와 클레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후보자와 함께 고용평등위원회 재직 당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미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다.

27년 전 청문회와 이번과 청문회에는 뚜렷한 차이도 있다. 아니타 힐이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나섰으나 여야를 막론하고 남성 의원들은 피해자인 힐 교수에게 책임을 물으며 몰아세웠다. 당시 힐이 “토머스가 내 앞에서 ‘가슴 큰 여자들이 나오는 포르노’와 ‘여러 인종, 또는 동물과의 성관계’를 언급해 당황했다”고 하자 의원들은 “‘가슴 큰 여자’는 일상적으로 쓰는 말” “충격받았다면서 왜 직장을 바로 그만두지 않았나?” 같은 말을 쏟아냈다.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기도 하면서 사실상 2차 가해를 했다.

당시 토머스 대법관은 청문회를 통과하고 연방대법관이 됐지만, 청문회 이듬해인 1992년 치러진 선거는 ‘여성의 해’로 기록됐다. 청문회에서 14명의 백인 남성 의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여성들이 자신의 정치를 그들의 손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는 여성들의 자각을 이끌어냈다. “아니타 힐이 모욕당한 건 그를 지원할 여성 의원이 없어서였다”며 ‘여자를 더 뽑자(Elect more women)’는 슬로건을 걸고 여성들이 대거 출마했고, 상원은 2명에서 6명으로, 하원은 28명에서 47명으로 늘어나는 등 역대 최다로 입성했다. 이들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었고 공화당은 완패했다.

2018년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원에서 각각 51석과 49석을 차지하고 있어, 캐버노 지명자가 인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 임명을 마무리 지으려 하지만 인준을 강행할 경우 여성이 대거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중간선거는 여성 피해자 19명의 고발에도 반성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노한 여성들의 심판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캐버노 문제를 계기로 정치권의 페미니즘이 더 폭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니타 힐은 지난해 미투 캠페인이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면 할리우드 성폭력 척결과 직장 내 성평등 진작을 위한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26일(현지시간) 아니타 힐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아니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26일(현지시간) 아니타 힐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아니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뉴시스ㆍ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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