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여성 모임 ‘비웨이브’ 주최

헌재·정부·국회에 낙태죄 폐지 촉구

 

“여성은 아기공장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애엄마는 처벌인데 애아빠는 어디갔냐” “애 아빠는 어디갔냐” “독박가사 독박육아 하다못해 독박처벌” “남자나 처벌하라”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여성이 앞에서 선창하자, 1500여명(주최 측 추산 오후 4시 기준)의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구호를 연호했다. 9월 2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은 ‘검은 물결’로 물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17회째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며 집회를 주최하고 있는 익명의 여성 모임 ‘비웨이브(BWAVE)’는 이날 당초 800명으로 집회 신고를 했으나 예상을 뛰어넘어 많은 여성들이 모였다. 참가자 상당수는 20대로,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 숫자는 커졌다. 이날 집회는 ‘불편한 용기’가 주최하는 불법촬영 규탄 집회와 마찬가지로 ‘여성’만 참여할 수 있었다. 집회 장소 주위로는 출입을 통제하는 펜스가 설치됐고 경찰이 펜스 주위에서 집회 참가자가 아닌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규제도 많았다. 개인 참가자의 언론 인터뷰를 막았고, 참가자들은 친목과 사담 나누는 것이 제한됐다. 집회가 땡볕 아래에서 4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물, 과자, 핫도그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계란은 생명이 아니라는 취지의 계란 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계란은 생명이 아니라는 취지의 계란 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구호는 주최 측이 아닌 개인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선창했다. 참가자들은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하라” “생명이 소중하다고? 내가 그 생명이다” “세포 대신 여성인권이나 신경 써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낙태죄 폐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 중이다. 당초 8월 말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늦어지면서, 새로 구성 중인 6기 재판부로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비웨이브는 “헌법재판소가 이번에 낙태죄 위헌 결정을 하지 않으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며 “위헌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이 극심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외쳤다. 또 “지난 달에는 임신중단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이 시행됐고 이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 시까지 잠정적으로 적용이 보류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계란은 생명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계란을 깨는 퍼포먼스, 6주 차 태아 크기와 같은 크기의 해바라기씨 던지기 퍼포먼스, 정부 비판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