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영/함께하는 시민행동 예산감사국장

국회의 세 가지 중요한 역할은 한해 동안의 나라살림을 계획하는 예산기능과 말 그대로 입법(立法)부로서 법을 만드는 일, 마지막으로 국정조사 및 감사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이다.

시민단체들은 1999년 이후 매년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를 구성해 이러한 국회의 활동을 모니터 해왔다. 또한 민생과 관련된 개혁입법을 청원하고 국회의 입법과정을 모니터 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중요한 입법활동이다. 마찬가지로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을 모니터 하는 것은 예산감시를 하는 단체의 중요한 사업이다.

시민단체들이 이렇게 국회의 활동을 모니터 하는 이유는 국회가 국민의 대의(代議)기관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수렴하여 예산을 심의하고, 법을 만들고, 부당한 행정을 감시해야 된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살피는 것은 유권자이면서 납세자인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런데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무엇이 두려운지 그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지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는 지난 12일부터 소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국회의 계수조정 소위원회는 그 동안 상임위별 예비심사 및 예결위원회 종합심의를 통해 쟁점이 되었던 개별사업 예산의 증감을 다루는 예산심의의 핵심적인 과정이다. 계수조정 소위원회에서 조정된 예산은 예결위 전체회의 및 국회 본회의에서 별 이견 없이 통과되는 것이 예산심의 관례이다.

그동안 계수조정 소위원회를 공개하지 않던 국회는 시민단체와 여론이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법을 개정하여 지난해부터 계수조정소위원회를 공개했다. 물론 작년에도 소위원회와는 별도로 소위 속에 또 다른 소위를 구성하여 여론의 빈축을 산 바 있다. 올해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소위원회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예산심의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배짱으로 국민의 돈인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원을 주인인 국민이 보려는데 거부하는 것일까?

국회가 소위원회 공개를 거부하는 근거는 국회법에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들은 “비공개는 실질심의를 위한 것이지 밀실야합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바꾸어 말하면 시민단체나 기자가 있으면 실질심의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5조 증액이 필요하다”는 여당이나 “선심성 예산이나 불요불급한 예산 5조를 깎아야 한다”는 야당이나 정작 그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협상의 전략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국회의원들의 속마음이 읽혀진다. 국회의원들은 5조를 증액하거나 삭감하는 것보다 자신의 지역구나 당에 이익이 되는 예산을 챙기고 싶은 것이다. 이런 속내가 아니라면 소위원회를 공개 안 할 이유가 없다.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투자의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따지고, 불요불급한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올바른 예산심의이다. 국회가 이런 예산심의를 하지 못한다면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심의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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