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사회, 분쟁지역 고통 나누기 이색행사

파괴적 전쟁반대 어린이 수준서 실천 큰 의의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제인권단체 중 하나인 ‘세계 의사회’(M decins du Monde)는 아이들에게 전쟁놀이 장난감을 버리도록 권유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벌였다. 행사에 참여하길 원하는 어린이들은 장난감 무기나 스스로 그린 그림 한 점을 ‘세계 의사회’ 사무실로 보내면 된다.

이 행사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전쟁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또 다른 15개 도시들과 공동기획으로 지난달 20일에서 25일까지 6일 동안은 파리의 식물원에서 플라스틱 장난감 무기 던지기 행사를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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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의사회’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2백만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6백만명이 불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어린이들은 신체적인 고통 이상으로 일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심리적 충격을 묵묵히 견디며 살고 있다. 한편 지금도 여전히 2천2백만명의 어린이들이 피난차 이주해 있는 상태이고, 3십만 명의 어린이들이 군대에 동원되어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세계 의사회 소속인 필립 쟈로스는 “전쟁으로 인해 가장 심각하게 고통받는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아이들과 여성이며 이들은 누구보다도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대다수의 환자들은 “바로 임산부들과 어린이들”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의 한 응급소에서 일하고 있는 캬롤 드로메는 “이들 대부분은 피난 과정에서 부상이나 강간을 당했고 걷는 동안 기력을 모두 상실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5년 사이 아프리카 기니에서 조사된 사람들의 10%는 영양실조와 설사, 호흡기 전염병 등으로 고통을 당했고 28%는 말라리아 발작이 있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더욱이 식수 부족과 과잉수용으로 인해 캠프 안의 위생조건은 매우 열악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홍역, 뇌막염, 콜레라 등의 점염병이 우려된다고 한다.

그러나 캠프에조차 도착하지 못하는 어린이들 또한 적지 않다. 이들은 피난 도중 죽거나 기진맥진한 어머니들로부터 태어나자마자 사망하며 어린이병사로 군대에 강제징집되기도 한다. 특히 군대에서 아이들을 징집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 현상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중에는 10살도 안 된 어린 아이들도 있다. 이들은 군대에 의해 강제로 징집되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가족들에 의해 보내지기도 한다. 또한 거리에서 잡혀가거나 혹은 소위 ‘지휘관’이 될 수 있다는 유혹 등에 의해 군인이 되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혹독한 훈련과 기아,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게다가 아직 가치관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너무 쉽게 내면화하게 되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세계 의사회’는 이처럼 어른들의 분쟁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훔쳤지만 아이들의 인생까지는 훔치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이들은 콩고, 기니, 체첸 공화국과 근동 국가들에서 부상자들을 보살피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장난감 무기로 하는 놀이일망정 전쟁은 놀이가 될 수 없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하면서 그들의 장난감 무기를 버리도록 촉구했다. 전쟁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천만 명의 다른 어린이들의 상황을 프랑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도 파괴적인 전쟁을 반대해서 아이들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이 행사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참조>웹 사이트 www.jette-ton-arme.com과

세계 의사회’ 자료 <살려주세요-전쟁 속의 아이들>

<정인진-프랑스 통신원 릴3대학 교육학파리8대학 여성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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