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

Q: 요즘 매체들 기사를 보면 한국은행의 금상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저는 주 거래 은행의 금리만 알기에도 머리가 아픈데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제 삶은 어떤 상관이 있는 걸까요? 

A: 세상에는 많은 금리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그 중에서 기준금리라고 불리는 정책금리를 결정합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면 하루짜리 금리인 콜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은행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결정합니다. 금리가 하락하면 사람들은 미래의 현금 흐름이 싸졌다고 느끼기 때문에 미래의 소득을 끌어다 지금 쓰게 됩니다. 설마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바람에 미래에 써야 하는 돈을 당겨서 쓴다는 말인가? 의심이 들겠지만 대개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아무래도 예금은 덜 하고 대출은 더 받게 됩니다. 소비자는 소비를 더 하고 (소비에는 집을 사는 것도 포함됩니다)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경기는 과열되고 물가가 올라갑니다. 

 

저작권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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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 문제는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것에는 많은 경제학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임금을 올려달라 요구하고 임금 인상은 다시 물가를 더 상승시킵니다. 악순환이죠. 많은 경제학자가 중앙은행이 물가와 물가에 대한 기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과열된 경제를 안정시킬까요? 이런 비유를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라면이 너무 빨리 끓게 되면 라면에 물을 부어서 라면을 천천히 끓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빠른 방법은 불을 줄이는 것입니다. 라면의 물 조절이 통화량 조정이라면 불 조절은 금리 조정입니다. 불 조절이 물 조절보다 더 빠르고 즉각적이며 정확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경제에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금리를 올리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영장에서 물을 틀었는데 너무 차가워 뜨거운 물을 틀었더니 이제는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경제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금리를 내려 경기가 회복됐는데 적당한 시점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경제가 너무 뜨거워집니다.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에 거품이 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금리를 너무 많이 올려도 문제가 됩니다.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금리를 올리면 다시 경제가 침체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시 급하게 금리를 내려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대부분 경기가 나빠진 다음입니다. 경제 지표가 좋을 때 미리 경기가 나빠질 것에 대비해서 금리를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는 경제지표가 한창 좋게 나올 때입니다. 경제지표가 좋게 나올 때 중앙은행은 과하게 금리를 올리게 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는 이미 경제가 침체의 증후가 보일 때가 많습니다. 금리를 내리지 말아야 할 때 내리는 경우보다는 적극적으로 내려야 할 때 덜 내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끝나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시대를 겪게 된 중앙은행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입니다. 한편,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할 때 오판해서 올리는 경우는 대개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를 때입니다. 경제의 체력은 좋지 않은데 자산 가격이 오르면 경제를 감안해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자산 가격을 더 이상 오르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학자들은 전자의 목소리를 내고 표심에 신경 쓰는 정치인들은 후자의 목소리를 냅니다. 운이 나쁘면 잘못된 금리 인상으로 큰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 얘기입니다. 이렇게 금리는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합니다.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 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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