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사건 처리과정 수동적’ 연구 발표

1998년 초 257건에 그쳤던 가정보호사건이 2000년 상반기에만 3,877건으로 14배 이상 증가하여 법률제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가정폭력 관련사건의 법적인 처리과정, 결과를 볼 때 행정 일선에 나타나는 미온적이고 수동적인 처리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경찰과 일반인들의 아내학대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문제라고 대구가톨릭대 가정학과 김정옥 교수와 손정연 교수가 <경찰과 일반인의 아내학대에 대한 태도(Myth)에 관한 연구>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학대를 당한 피해여성들을 보면서 학대의 원인과 과정에 일반인들의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일반인들의 시각도 문제지만 가정폭력 관련 특례법에 근거하여 아내학대 사건을 가장 일선에서 처리하는 경찰들이 ‘아내학대에 대한 잘못된 믿음’의 정도가 일반인들과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여 여성들과 관련된 잘못된 믿음을 제거하고 관련종사자들의 인식을 변환 시켜야 할 것”이라고 김정옥 교수는 연구목적을 밝혔다.

경찰과 비교집단인 일반인으로 구분하여 대구시내 5개 구 경찰서와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과 경북도내 17개 지역에 근무하는 경찰 각 100명씩 200여명과 대구·경북지역 200여명의 일반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연령에 따른 차이는 20대 이하의 연령에 속하는 경찰들이 30, 40대의 경찰에 비해 잘못된 믿음을 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수준이 낮은 고졸집단은 8.12,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경찰인식은 6.36을 보였다.

또 기혼경찰이 미혼경찰에 비해 잘못된 믿음을 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성인들도 경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내학대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성별과 교육수준, 결혼여부에 따라 잘못된 믿음을 다소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아내학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남편의 구타행동에 아내가 책임있다’와 ‘매맞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경제수준이 낮거나 사회적으로 하층이다’라는 믿음에서는 일반인보다 동의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믿음에 대해 40∼50% 이상의 응답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나 경찰과 일반인을 막론하고 널리 만연되어 있는 잘못된 믿음이 일반성·보편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아내학대 사건에 대한 합리적인 행정적, 법적 처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아내학대의 발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해야 할 경찰의 의식 문제가 현실적으로 보다 큰 심각성으로 나타나 그 중요성을 일깨운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