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비정규직 현황

학습지 교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다른 학습지에 비해 (입회)영업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고 일하는 교사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학습지 교사를 3년 이상 지속하기 참 힘들다고 하는데, 잘 아는 친구는 이 학습지에서 3년이 넘어서고 있고 영업도 상당히 잘 하는 편이다. 그렇게 잘 하고 있지만, 보장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깨 디스크가 심각해서 재발해도 업무 배치나 입회 스트레스에 대해 배려는 전혀 없고, 출근하는 길에 넘어져 이빨이 부러진 일도 있었는데 그때도 개인 돈으로 치료했다. 그것을 보면서 매일 아침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보장되는 복지혜택도 아무 것도 없고, 돈도 안되고. 그렇지만 그들은 “여자들이 포항에서 이만한 돈 받고 일할 데가 어디 있는 줄 알아요?”라고 말한다.

(W학습지교사 K씨)

포항여성회(회장 송서애경)는 지난 17일 포항여성문화회관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노동권확보 복지향상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포항지역의 특수성에 기반한 비정규직 여성들의 현황을 발표했다.

기조발제에서 포항여성회 윤경희 사무국장은 ‘포항지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황과 노동권 향상을 위한 모색’을 통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53.7%로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퇴직금·시간외수당·유급휴가·연월차 적용율은 정규직은 73~90%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16.23%에 불과했다”며 “실태조사를 진행하던 두달 동안 학습지 교사에서 다른 학습지 교사로 이제는 다시 입시학원의 강사로 세 차례 이직하는 한 여성노동자를 보았다. 그들은 노동시장에서 유연하면서도 불안하게 대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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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이 전직을 생각할 만큼 불안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업종에 관계없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포항의 비정규직 노동자 현황을 보면 바로 이전 직장에서 취업형태가 정규직이었다는 응답자가 54.8%에 이르러 여성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은 비정규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응답자의 65%가 현 직장에 불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불만족하는 이유는 보수가 적어서가 42.9%,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서가 39.3%였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5%가 옮길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50.4%의 응답자가 현 고용형태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2002년을 며칠 앞둔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암울한 경제성장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을 틈타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세로 더욱 고달퍼질 것”이라고 전제한 김영숙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 준비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58.4%이고 비정규직의 96%가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다. 비정규직 중 남성은 48.5%, 여성은 73.3%로 각각 나타나 여성의 비정규직화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업종에 관계없이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64만여원이었다”고 말했다.

철강산업 위주로 여성 취업기회 차단

여성친화적 다양한 산업 유치 필요

포항고용안정센터 우경희 취업지원팀장은 “실업급여, 직업훈련, 직업안정 등 세 분야가 원스톱 서비스되는 고용안정센터에서 여성실업자에게 취업알선, 직업지도, 각종고용정보 제공 등 종합적인 고용안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취업확대를 위해서 99년부터 전개한 실직여성가장 일자리 찾아주기 사업과 대졸여성 취업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이동취업상담, 대졸여성 취업설명회 등 여성고용촉진 활성화를 위해서 다각적으로 서비스 체계를 확대하고 있지만 철강산업이 주인 포항은 남성직종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여성취업의 기회가 차단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여성고용촉진확대를 위한 여성 친화적인 다양한 산업의 유치가 요구된다”고 시사했다.

한편 송서 회장은 포항지역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형 쇼핑몰, 보험회사 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우리가 만날 여성들은 수천명이 넘는데 정작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설문지 하나도 눈치 보여 쓰기 어렵다는 사람, 이런 거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더라는 사람, 자신은 월급을 받고 있고 이변이 없는 한 원하는 대로 다닐 수 있으니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사람 등등 조사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처음 계획처럼 각 직종마다 제대로 표본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응답자를 찾는 일은 아예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며 실태조사를 접기로 했다. 이들은 통계청이나 노동부, 시청 자료실에도 나타나지 않는 여성들이었다”고 말했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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