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만남] 여자들 재능 펼치려면? 남성 육아가 자연스러운 사회 돼야
[여성신문-만남] 여자들 재능 펼치려면? 남성 육아가 자연스러운 사회 돼야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9.20 12:30
  • 수정 2018-09-2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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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새롭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로 세상을 놀라게 한 디자인 전문가, MoMA 건축·디자인 선임 큐레이터이자 연구개발센터장인 파올라 안토넬리(55). 지난 17일 서울 DDP에서 그를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4년간 새롭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로 세상을 놀라게 한 디자인 전문가, MoMA 건축·디자인 선임 큐레이터이자 연구개발센터장인 파올라 안토넬리(55). 지난 17일 서울 DDP에서 그를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이 재능 발휘하려면 

임금·기회의 평등 중요

남성육아 자연스러운 사회 돼야

남성도 여성 ‘롤모델’ 삼는 시대

여성들은 자기검열보다

두려움 떨치고 도전하길”

관련기사▶ 남성이 남성 위해 만든 도시…이젠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만듭시다 (http://www.womennews.co.kr/news/144648)

 

안토넬리는 해부병리학자인 어머니, 외과의사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자라난 밀라노는 유럽 패션과 디자인의 수도다. 밀라노공과대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홍보부서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했다. ‘도무스’, ‘아비타레’ 등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디자인 전문지에 기고를 하며 프리랜서 활동으로 명성을 쌓아 미 UCLA에 출강하게 됐다. 밀라노와 LA를 오가던 중 MoMA 채용 담당자의 눈에 들어 1994년 건축·디자인 큐레이터로 채용됐다. 더 큰 무대에서 재능을 발휘하겠다는 일념으로 1990년대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24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디자인계를 움직이는 거장이 됐다. 지금도 매달 전 세계를 돌며 강연과 인터뷰를 하고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들과 교류한다. 도전을 두려워하지도, 멈추지도 않는 자세가 그의 성공 비결이자 원동력이다. 

안토넬리는 여성들에게 성공을 원한다면 “남자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해서 당당히 기회를 잡아라”고 조언했지만, “임금과 기회의 평등, 임신·출산·육아가 여성의 커리어를 방해하지 않는 세상, 남자가 집에서 애 보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지난 17일 서울 DDP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파올라 안토넬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17일 서울 DDP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파올라 안토넬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디자인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디자인학과 졸업생의 70% 이상이 여성인데, 교수·디자인 비즈니스 리더 등 고위직에 오른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10%에 불과합니다. 여성들은 왜, 어디로 사라질까요.

“‘실력 있는 여성이 부족해서’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요. 틀렸습니다. 성차별과 사회적 편견이 문제예요. 여성들에겐 임금과 기회의 평등이 절실합니다. 영국 BBC 편집장이 사퇴하며 폭로한 내부 성별임금격차만 봐도 여성들의 현실은 참담하죠. 제가 몸담은 뉴욕현대미술관도 학예실장(chief curator) 7명 중 6명이 남성입니다. 미국의 대형 미술관만 봐도 여성이 고위직에 오른 경우는 드물죠. 여성이 관장인 브루클린 미술관을 제외하면 하나도 없을걸요. 예산 규모가 작은 미술관일수록 여성 고위직 비중이 높고요. 현실이 이런데 여성들이 치열하게 일하며 육아까지 감당하기란 불가능하죠. 저도 24년간 뉴욕에서 일하며 아이를 갖겠다는 생각은 포기한 지 오래예요.

직장 내 수유실·어린이집 설치, 부모 육아휴직 확대도 중요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임신·출산·육아가 여성의 커리어를 방해하지 않는 세상, 남자가 집에서 애 보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만드는 겁니다. 뉴질랜드에서 그런 멋진 변화가 일어나고 있죠(편집자주 :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출산 후 최근 국정에 복귀했고 그의 남성 파트너가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물론 ‘이게 다 남자들 탓’이라고 할 순 없어요. 우리 여성들 스스로도 ‘난 고위직에 맞지 않아’, ‘너무 힘들거야’라며 주저하고 심한 자기검열을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 큐레이터님도 자기검열을 하시나요?

“그렇진 않아요. 저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는 게 좋고, 제 쇼를 직접 만드는 게 좋아서 큐레이터가 됐어요. 미술관장이 됐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없을 거예요. 그게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죠. 제가 이탈리아 출신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면 미 대선에 나갔을 거예요. 

오히려 절 두렵게 하는 과제들에 ‘Yes’를 외치는 편입니다. 고백하자면 새로운 전시를 열 때마다 두렵습니다. 최근 MoMA에서 연 ‘Items: Is Fashion Modern?’ 전시 때도 그랬어요. MoMA에서 1944년 이래로 처음 열린 패션 디자인 전시였고, 처음으로 미술관 6개 층을 모두 전시장으로 바꾸는 과감한 도전이었으니까요. 복잡한 컨퍼런스, 내년 열릴 밀라노 트리엔날레도 저를 긴장하게 하는 과제들이죠. 하지만 두려움을 이기고 나아가지 않으면 또 어쩌겠어요?”

- 살면서 가장 이루고 싶은 바가 무엇인가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전시를 보러 온 이들, 제 이야기를 듣는 이들의 마음과 가슴을 움직여 사람들이 더 열린 자세를 갖고 살아가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 디자인계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여성으로서 스스로를 지지할 수 있는 일을 찾으세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세요. 남자만큼 열심히 일하세요. 꼭 남자들과 나를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후회 없이 일에 미쳐 보세요. 저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 남성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남성들은 ‘롤 모델’로 삼을만한, 지적이고 똑똑한 여성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깨닫기 바라요. 여성들과 함께 일하면서 젠더 편견을 깨고 점점 변하는 남성들을 봤어요. 여성을 롤모델로 꼽는 남성들도 있어요. ‘나도 저 여자처럼 될 거야’라는 야망을 품은 남성들이 점점 더 늘 겁니다.” 

 

파올라 안토넬리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 건축학 석사

런던 왕립예술학교, 킹스턴대, 미국 파사디나 아트센터 디자인대, 뉴욕 프랫인스티튜트 명예박사학위 취득

MoMA 연구개발센터장·건축디자인과 수석 큐레이터 

이탈리아 디자인 잡지 ‘도무스(Domus)’, ‘아비타레(Abitare)’ 편집자

하버드대 디자인 대학원 출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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