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추행’ 이윤택 1심서 징역 6년…‘미투’ 첫 실형
‘상습 추행’ 이윤택 1심서 징역 6년…‘미투’ 첫 실형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9.19 15:18
  • 수정 2018-09-2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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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 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피고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 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피고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재판부, 장기간 상습추행 혐의 인정

“권력 남용…책임회피로 일관”

상습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국내에서 ‘미투(#MeToo)’ 운동으로 범죄가 드러나 수사를 거쳐 실형이 선고된 첫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19일 이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자로서 높은 명성과 권위로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자신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원들이나,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상대로 안마를 시키거나 연기 지도를 하면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은 대부분 별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연극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피고인의 지시에 순응했던 사람들”이라며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임과 동시에 각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이 씨의 태도도 비판했다. “스스로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연기지도라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고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계 악용 상습성폭력 고발한 피해자들

피해 62건 고소한 23명 중

공소시효 만료로 8명 23건만 다퉈

피해자들의 폭로 내용을 종합하면, 이 씨는 배우 선정·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졌고, 이를 악용해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단원 23명을 62차례에 걸쳐 추행했다. 그러나 이 씨의 범행이 주로 2013년 성폭력 친고죄 폐지 전에 발생해 현시점에서 처벌 가능한 사건은 많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결국 검찰은 2010년 4월~2016년 12월까지 단원 8명을 23차례 성추행한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고, “피고인은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장기간 상습적으로 수십명의 여배우를 성추행했고, 반성의 기미가 없으며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씨 측은 “추행이 아니라 복식호흡을 유도하기 위한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 “예술,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다”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고집해 질타를 받았다. 

 

 

여성·예술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9일 1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예술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9일 1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예술단체, 법적 처벌 환영

“피해생존자들 용기·노력 결과지만 

죄질·상습성 비해 징역 6년은 미미”

여성·예술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법원이 이 씨의 범죄를 정당하게 처벌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답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씨가 저지른 범죄의 죄질과 상습성에 비해 1심 형량은 너무도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그 예술은 바뀐다!’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생존자들은 그간 수차례 언론과 경찰에 전화를 걸었지만 사건은 은폐됐으며, 결국 자신의 일상과 활동에 커다란 여파가 미칠 것을 각오한 몇몇 피해생존자들의 미투운동이 이어지고 나서야 법적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오늘이 있기까지 17명의 피해생존자가 그간 말하지 못했던 피해의 상처를 되새기며 경찰 조사에 임했고 그 중 8명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으로 점철된 피고인 변호인의 심문에 온 힘을 다해 대응하며 법정에 섰다”고 지적했다.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이 씨의 모든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지는 못했다. 고소에 나선 피해자 23명(사건 62건) 중 8명의 사건 23건만이 다뤄졌다. 피해자 15명은 공소시효 만료로 법의 심판을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공대위는 “우리가 접수한 연극인 탄원서 98부 중에는 아직 말하지 못한 피해가 있음을 알리며 드러난 사건만이라도 충실한 법의 판결을 받기를 탄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우리는 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권력을 이용한 상습적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맞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해의 고통을 직면하고 가부장적 사회의 부당한 시선을 견디며 연대하고 싸우는 고소인단의 용기와 힘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서 있는 이 자리가,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당당한 목소리와 정의로운 판결이 메아리치는 공간이자 성평등 사회질서를 구현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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