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고생들’의 반격, #스쿨미투
‘여중고생들’의 반격, #스쿨미투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9.19 14:52
  • 수정 2018-09-2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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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학내 성폭력 고발 

9월에만 20여개 계정 만들어져 

학교명 넣은 계정 만들고

교사들 성희롱·성차별 폭로

학교 측 대응하기에 급급

‘주동자 색출’ 움직임도

가해 교사 중징계 필요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 나붙은 #스쿨미투 지지 해시태그.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 나붙은 #스쿨미투 지지 해시태그.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쿨미투가 새 학기를 맞아 다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피해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교 이름을 넣은 계정을 만들어 성희롱·성추행, 성차별 발언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가해 교사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10대들이 페미니즘에 눈을 뜨고 인권감수성이 높아진 반면, 학교와 교사는 변하지 않는 것이 스쿨미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11일 5교시가 한창이던 오후 1시40분경. 대전의 A여자고등학교 교실마다 “전교생은 강당으로 모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전날 트위터에 ‘#OO여고 공론화 계정’이 생기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들의 성희롱·성차별 발언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자, 학교 측에서 사과를 하겠다며 학생들을 모은 것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일부 남성 교사들은 “생리한다는 말은 추하니 마법이라고 말해라”, “화장을 떡칠하고, 시간당 얼마 받느냐”, “여자가 납치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짧은 바지 때문이다”, “옷 벗고 화장실에서 기다리면 수행 평가 만점 준다”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이 학교 졸업생들의 제보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만 10명이 넘는다.

학교장을 비롯해 교직원들은 강당에 모인 학생들을 향해 공식 사과했다. 공론화 계정이 생기고 하루 만의 사과였다. 하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교사들만 단상에서 “의도와는 달리 상처를 준 것 같다”며 사과했지만, 학생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맞섰다. 여론이 좋지 않자, 학교 측은 이튿날인 12일 다시 한 번 공개 사과 자리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질의에 교사들은 구체적인 답변과 함께 거듭 사과했다. 또 전체 교사 이름으로 사과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해당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전교생을 상대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전시교육청도 진상조사를 벌여 관련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며 경찰도 교육청 조사 내용을 토대로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공론화 계정은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학생들의 의견도 재차 게시했다. SNS가 고발의 장을 넘어 논의의 장이 되는 모습이다. 공론화 계정을 만든 학생 B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쿨미투가 확산되는 분위기를 통해서라도 학생이 용기를 얻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용기 있게 얘기했을 때 무시나 보복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쿨미투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9월 7일 충북여중 학생이 남긴 트윗에서 불이 붙었다. 축제에서 댄스동아리 학생을 불법촬영한 남성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남긴 글이다. 하지만 학교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스쿨미투가 다시 한 번 촉발됐다. 다음날 같은 재단의 청주여상에서도 #스쿨미투가 이어졌다. 충북여중 공론화 계정을 만든 학생(계정주)은 “제보 후 보복이 두려울수도, 과연 공론화가 성과를 낼지에 대해 의심스러울지도, 혹여 미래에 불이익이 될까 걱정하는 마음도 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늘 누군가는 불쾌하고 힘든 나날을 보낼거고, 그게 우리가 된다”며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이후 9월에 만들어진 트위터 공론화 계정만 20여개가 넘는다. 기존 #스쿨미투 계정을 합치면 50여개에 달한다. 이들이 공론화한 제보 내용을 보면 A여고의 사례처럼 여학생을 상대로 남교사들의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 폭력적인 발언이 주를 이룬다. 이들이 학내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SNS 가운데 트위터로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하나다. 이름을 밝혀야 하는 페이스북과는 달리 트위터는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어 ‘익명성’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공론화한 앞선 #미투 운동이 피해자가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피해를 알린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문제제기를 해도 가해 교사는 경징계에 그치거나 아예 사건이 묻히는 경우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학생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학생들은 익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쿨미투 폭로 학교의 80% 가량이 사립학교다. 하지만 사립학교 재단이사회는 교육청의 징계 권고를 반드시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 게 현행 법이다. 또 하나는 학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교사에게 문제제기가 어렵다는 구조적 어려움도 이유로 제시된다. 고등학생인 C씨는 “내신 위주의 수시 입학이 늘면서 ‘생기부(생활기록부) 권력’을 가진 교사들에게 문제제기를 했다가 입시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고 했다.

성희롱예방교육을 받아도 여전히 낮은 교사들의 젠더감수성도 문제다. 교육부·전국 각 시도교육청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성희롱 예방교육 실적·참여율’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교내에서 발생한 성 비위로 교직원에게 징계 처분이 내려진 149개 초·중·고교의 성희롱 예방교육 참여율이 평균 96%에 달했다. #스쿨미투가 제기된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일보가 여성가족부 예방교육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스쿨미투가 제기된 26개교의 폭력예방교육 실시 정보를 확인한 결과, 성희롱·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에 대한 교직원들의 평균 참석률은 90%를 넘었다.

청소년들은 이제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제 고발을 넘어 오픈채팅방을 열어 제보를 받고 교내 건물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여 목소리를 내고 SNS에서 공론화하고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직접 행동한다.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76457)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힘을 보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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