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페이지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 대나무숲에 게시된 웹자보
페이스북 페이지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 대나무숲'에 게시된 웹자보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 대나무숲’ 운영진

국회 보좌진 유리천장, 채용 성차별 등 알려

19일 국회의원회관 여자 화장실에 국회 내 성차별을 알리는 자보가 붙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오전 중 자보가 붙은 화장실은 10여곳으로 확인됐다.

자보는 A4용지에 붉은 글씨로 ‘여성 보좌진 9급 63% 4급 7%’ ‘여성은 가장 오랫동안 외면된 정치현안이다’ “의원님, 임신하면 저 그만둬야 하나요” 등의 문구가 담겼다. 국회의원 금배지로 사용되는 국회 마크 안에는 ‘국회 페미’라고 써넣었다.

이 내용은 국회의원 보좌진 중 상위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유리천장 문제와 공공연하게 여성 보좌진을 거부하는 채용 성차별,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노동환경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올해 9월 초 기준 국회 보좌진 중 여성 비율은 4급 보좌진의 7%, 9급 비서는 63%로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를 보인다. 보좌진 전체 성비는 남성 70%, 여성 30%다. 전체 인력은 상급직이 많은 역피라미드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 성비에서도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사진을 처음 제보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미투(#Metoo)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보를 붙인 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 대나무숲’ 운영진 ‘국회 페미’로 추정된다. ‘국회 페미’는 익명 채팅방으로, 국회에서 일하는 의원실 보좌진, 경호원, 하청업체 직원, 당직자, 사무처 직원 중 여성만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자보에 소개된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주소(https://www.facebook.com/womeninkna)로 접속하면 해당 자보 이미지가 게시돼있다.

‘기울어진 여의도동 1번지 대나무숲’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의미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해당 페이지는 지난 8월 22일 개설됐다. 국회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성차별에 대해 투고를 받아 소개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성희롱 성차별에 관한 익명 고발이 주를 이룬다.

페이스북 운영진은 공지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급에서 당연히 제외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무실의 꽃, 모성애의 화신, 잔심부름꾼 역할만을 강요하는 국회가 과연 민주주의의 전당입니까? 국회가 감히 인권과 평등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질타하고 있다. 이어 “불평등, 차별, 권위주의, 패거리주의, 반민주주의의 구덩이에서 우리가 받아온 고통을 더는 참지 맙시다”라고 덧붙였다.

 

19일 국회의원회관 여자화장실 곳곳에 국회 내 성차별을 알리는 자보가 붙었다. ⓒ독자 제공
19일 국회의원회관 여자화장실 곳곳에 국회 내 성차별을 알리는 자보가 붙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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