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떻게 가해자가 됐나…성매매집결지 100년의 기록
국가는 어떻게 가해자가 됐나…성매매집결지 100년의 기록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9.19 03:47
  • 수정 2018-09-19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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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30일까지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전

일제강점기 공창제부터

기지촌 여성들 국가배상청구소송까지

“국가가 끊임없이 독려·관리해온 성매매

실상 바로 알고 성찰하는 기회 되길”

 

전주 선미촌, 대구 자갈마당, 서울 청량리 588, 인천 숭의동 옐로하우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들은 2018년 9월 현재 대부분 사라졌거나 곧 폐쇄될 예정이다. 그 100년간의 기록과 기억을 모아, 이 땅에서 성매매가 어떻게 묵인되고 조장됐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홍익대 인근 탈영역우정국 갤러리에서 열리는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특별전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2018 성매매추방주간(9월 19~25일)을 맞아 개최했다. 사진, 신문, 지도 등을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성매매집결지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부제에 걸맞게 정부와 공권력이 어떻게 성매매를 체계적으로 관리·유지해왔는지도 보여준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시는 일제 강점기 때 조선에 형성된 성매매 집결지와 공창제도로 인한 변화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조선 사회에서 성매매가 공식적으로 허용된 적은 없었으나, 1900년대 일제의 공창제 도입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여성은 ‘합법적인 상품’으로 전락했고, 빈곤에 내몰린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성매매를 강요당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개항한 부산부터 인천, 서울, 목포, 군산, 용산, 대구, 평양, 광주 등 지역에 성매매 업소인 ‘유곽’이 설치됐다. 

일제는 ‘창기’들을 특정 지역에 모아 영업하도록 명했다. 편리한 성병 검사를 위해서였다. 겉으로는 ‘성병 예방과 풍속 단속’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관리해 남성들에게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전시장에 걸린 1917년 8월 19일자 ‘시대일보’ 기사는 당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생활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창기로 몸이 팔리어 다른 사람처럼 정당한 생활을 하지 못함을 비관하여 죽으려...” 여성들의 끔찍한 상황이 알려지고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공창제 폐지운동이 일기도 했다. 

해방 이후 1945년 미군의 군정이 시작되고, 한국전쟁을 거쳐 박정희 정권이 집권할 때까지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에게 ‘기지촌 여성’이라 불리는 성매매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관리·교육·운영하도록 요구했다. 미군과 한국 경찰, 보건소가 함께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합동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시장에는 당시의 참담한 실상을 엿볼 수 있는 통계·사진자료들이 걸려 있다. 여성들은 하루 평균 6명 이상과 성관계를 하도록 강요당했다(육군본부가 집계한 ‘1952년 특수 위안대 실적 통계표’). 1971년 용산경찰서장이 성매매 업주들에게 보낸 ‘기지촌 여성들에게 불친절은 이적행위이며,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미군 손님을 동등하게 접대해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볼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이 기지촌 여성들에게 “여러분은 달러 버는 애국자”라고 교육·독려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8일 서울고등법원은 기지촌 여성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후 성매매집결지는 ‘특정구역’ ‘청소년 출입금지구역’ 등의 이름으로 존속해왔다. 전시장에는 전주 선미촌, 대구 자갈마당, 서울 청량리 588 등 전국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들의 역사,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2014년 기지촌 여성들의 국가배상 청구소송 제기와 2018년 승소 등 그간 주요 사건을 돌아볼 수 있는 사진·영상·설치미술 작품도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는 전국 성매매 방지기관 10개소와 기성작가들이 참여해 마련했다. 13일 오후 3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기관 관계자들은 “국가는 성매매가 불법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독려·관리해왔다. 그 속에서 여성들이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 알리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2002년 군산 화재가 아니었으면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 드러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이러한 역사를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우정희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현장상담센터 팀장) “사실 보여주면 믿을까 싶었다. 어떻게 보면 선정적·자극적으로만 보일 수 있어서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시해야 할지를 두고 많은 논의를 했다.”(권학순 경원사회복지회 부설 성매매피해상담소 상담원) 

이번 전시에서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갤러리 2층 창문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인터뷰 발언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와 대구여성인권센터에서 각각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우리는 유리항아리, 여기 동물원에 동물처럼 앉아 있는. 아이고 우리 뭐 사람새끼가, 동물원에 동물이지. 저그가 맘에 드는 거 찍어가는 거.” “(제일 듣기 싫은 얘기는) ‘여기 왜 일하냐’고. ‘오빠 니는 여기 왜 왔는데’ 물어보니 나는 올라고 온게 아니라면서 제일 기분 나쁜 거는 뭐 인신공격하는 거, 창녀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이것밖에 못하냐, 니가 하는 일이 뭐냐면서 그런 사람도 있어요.” “특별하게 안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럽다거나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구매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여성들도 없었을 겁니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이 소망방울을 흔드는 오프닝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이 소망방울을 흔드는 오프닝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탈영역우체국 갤러리에서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vol.1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시기간 동안 성매매 방지기관 대표자들이 해설자로 참여하는 전시해설(도슨트)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전문가들의 생생한 설명을 들으며 성매매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를 바로 알고, 일상에 스며든 성매매 문화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다. 성매매피해여성 자활물품 전시‧판매부스(‘옥상마켓’) 등도 진행된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추석연휴 23~24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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