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의 활성화와 한국경제’ 강연 

단계별 남북경협 여건 변화 예상 가능 

해외이전 기업의 국내 유턴 현상 기대   

“정부, 민간 새로운 협력체계 구축해야”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론 안개가 많이 끼어 있는 상황입니다. 안개가 걷힌다면 무엇보다 남북경협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새로운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됩니다.”

(사)미래포럼은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라이나전성기재단 시그나홀에서 ‘남북경협의 활성화와 한국경제’를 주제로 3차 회원포럼을 개최했다. 주제 강연은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진행했다. 미래포럼은 기업, NGO, 정부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미래 세대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토론하며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포럼이다. 

양 교수는 먼저 북한의 계획경제의 위축과 시장화의 확산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이 겉으로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중경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이런 모습은 특히 길거리의 자동차나 아파트 그리고 휴대전화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노동자들의 공식 월급은 약 3000원이지만 월 생활비는 7~8만원 정도다. 하지만 42만원이 넘는 휴대전화 가입 수만 350만대가 넘는다. 또한 비공식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마당은 주로 여성 상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도보다리 대담에서 “‘베트남식 모델’로 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적지 않은 북한 전문가들 또한 향후 북한이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면 중국보다는 베트남식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의 세습권력이라는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베트남의 여러 요소 중 일부는 원용하고, 일부는 북한의 여건에 맞춰 변형시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 남북경협이 급물살을 타며 다양한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3개월 동안 세 차례나 열린 북중정상회담 등 올 초부터 시작된 한반도 정세는 너무 빨라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등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험난한 여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험난한 여정의 끝엔 ‘신남북경협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과거와는 성격, 내용, 규모 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면 남북한 간 경제 교류협력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양 교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이날 ‘단계별 남북경협 여건 변화 및 추진 가능 사업’을 제시했다. 먼저 대북 무역 투자 금지가 해제되면 기존에 추진했던 모든 남북경협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위탁가공교역, 일반물자교역, 북한 내륙지역 소규모 투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의 국제금융시장접근 차단 문제가 해소되면 1단계 추진 사업의 규모가 확대된다. 예를 들어 비첨단 분야 사업이 가능해지고, 일부 경제개발구에 소규모 공단 조성, 유통·식품·건설 등 북한 내수 시장을 겨냥한 중간규모의 투자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전략물자 반출 문제와 미국시장 판로 문제가 해소되는 등 남북경협이 3~4단계까지 진행된다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른바 비핵화가 일단락되고 북미수교가 이뤄지는 최종 단계다. 수송, 에너지, 통신 인프라 등 대규모 투자와 철강, 화학, 기계, 일부 ICT 등의 대규모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양 교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해지는 시점부턴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맞을 새로운 기회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해외이전 기업의 국내 유턴 현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 대북 제재가 풀린다면 한국 입장에선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보다 북한이 더 유리한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낮은 인건비, 풍부한 노동력 등 생산여건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우위에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 지리적으로 낮은 물류비용 등도 경쟁력이다. 따라서 해외에 진출한 생산기지를 국내로 유턴 시켜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섬유의류, 가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북한 시장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한국 기업이 향유할 수 있다. 향후 북한의 본격적 개혁개방 시기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산업은 건설업, 서비스업이다. 북한의 기존 산업 기반을 활용하거나 북한 지역에 신기술 및 첨단사업을 도입, 활용할 수도 있다. 이밖에 혁신 기업들이 북한을 신기술의 적용을 시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Test Bed)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 시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도 북한에서 시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 모두 현재의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어떻게 구상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이와 관련 양 교수는 “무엇보다 남북경협에 대한 점진적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북핵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남북경협에서의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길이다. 준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남북경협이 단순 재개를 넘어 대폭 확대·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정부와 민간의 새로운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며 “정부 차원의 개발협력과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차원의 상업베이스 경협이라는 쌍두마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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